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 사퇴론엔 거리… 친윤 장제원 “잠시 멈추려한다” 불출마 시사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즉생(死則生·죽고자 하면 산다)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의제가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엔 적극 공감한다”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오후 8시경 페이스북에 아버지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산소를 찾은 뒤 글을 올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8년이 지났다”며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썼다.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한다고 한다”며 “이제 김 대표의 결심이 남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2일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는 서울 구룡마을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가 돌연 취소했다. 김 대표도 이르면 12일 자신의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 대표는 “혁신위 결과물은 당의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당 위기 책임론을 물어 당내에서 분출된 ‘대표직 사퇴론’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에 가까운 김석기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물러나고 누가 당 대표가 돼야 반드시 총선에서 이긴다는 것이냐”고 했다.
‘김장연대’ 장제원 먼저 용퇴 시사… “사즉생” 김기현 거취 주목
[총선 D-120]
張, 부친 묘소 찾은뒤 ‘잠시 멈춤’ 글… 혁신위 ‘희생’ 요구에 먼저 화답
김기현 체제 놓고 공방 격화될듯
金, 오늘 예정 공개일정 돌연 취소… 여권 “이르면 오늘 불출마 밝힐수도”
당 혁신위원회가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를 담은 ‘희생’ 혁신안을 최종 보고한 이날 김 대표는 혁신안의 방향성과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먼저 결단하면서 조만간 출범할 국민의힘 총선 공천관리위원회에 앞서 김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커졌다. 두 사람은 올해 초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김-장 연대’를 표방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당초 12일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는 서울 구룡마을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 김기현 “사즉생”, 장제원 불출마 시사
8일 윤 대통령이 김 대표와 인 위원장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인 위원장이 혁신을 50% 완성했는데 당과 협력하면 100% 완성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주문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의 시선은 김 대표에게 쏠린다. 김 대표는 12일 오후 예정했던 공개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여권에서는 “이르면 12일 김 대표도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대표는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까다로운 의제” 등을 부연하면서 본인의 사퇴론은 사실상 일축했다. 김 대표가 이날 강조한 “질서” 발언은 지난달 14일 본인 거취를 압박하던 혁신위를 향해 “정제된 언행을 하라”고 강하게 비판할 때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공언해 온 것처럼 공천관리위원회에 희생 혁신안 등을 넘기고, 본인의 불출마 여부 등을 밝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직 사퇴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 김기현 체제 유지 두고 당내 공방 격화
이날 김 대표가 “질서 있게 반영하고 추진하겠다”는 선에서 입장을 내놓자 즉각 당내에선 “세 글자로 레토릭(수사·修辭), 네 글자로 ‘콘크리트’라고 봐야 한다. (당 지도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게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에선 김기현 체제를 둘러싼 공방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윤석열) 초선 의원들은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중진 의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국민의힘 단체 대화방에서는 강민국 박성민 양금희 이용 의원 등 초선 10여 명이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한 서병수 하태경 의원 등을 향해 “지도부 흔드는 자가 X맨” “퇴출 대상이 내부 총질” “자살특공대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등의 거친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이었던 이용 의원은 “장수를 바꾸는 실수를 저지르면 내년 총선이라는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앞서 김석기 최고위원 임명 당시에도 단체 채팅방에서 ‘김석기 찬성 글’을 줄지어 올렸다고 한다. 김기현 체제 유지가 기로에 설 때마다 집단 행동에 나서는 것. 당내에선 3·8전당대회에서 50여 명의 초선 의원이 당시 당 대표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사퇴를 요구한 연판장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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