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잉크젯 프린터로 음식 맛을 내는 엉뚱한 발상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입력 2023. 12. 1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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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잡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는 노벨상 패러디를 표방해 '이그 노벨상'을 시상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우 독특한 발명품에 상을 주는 이 '이그 노벨상'을 일본의 경우 지난 17년간 줄곧 받았는데 지난해에는 메이지대학의 미야시타 요시아키 교수의 '맛이 바뀌는 젓가락'으로 혀가 느끼는 맛을 전기자극으로 바꿔준다는 발명품이 '이그 노벨 영양학상'을 수상했다.

해당 젓가락은 다이어트나 질환으로 염분을 줄여야 하는 사람도 소금 없이 짠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의 이온은 소량의 전류로 인해 움직이는데 나트륨이온이 움직여 혀에 대량으로 모이면 실제 소금 함량이 낮아도 강한 짠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제품은 식품 대기업 기린홀딩스와의 공동연구로 실증실험이 진행 중이며 저염식품의 염도를 약 1.5배 높이는 숟가락과 밥그릇 모양의 '일렉 솔트' 장치가 곧 출시될 예정이다.

짠맛 변형 외에도 수소이온이 움직이면 산도가 강해지는 원리를 이용한 비만방지용 단맛 변형, 간을 파괴하지 않도록 알코올맛 변형 등 전기미각기술을 활용해 '맛있게 먹는 행복'을 추구하고자 다양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와 별개로 미야시타 박사의 연구실에서는 이 전기미각기술에 이어 맛을 '재현'할 수 있는 미래형 조미기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원격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시각매체와 소리를 전달하는 청각매체처럼 음식의 맛을 전달하는 맛매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발상에서 개발된 이 장치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커피머신 모양의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초기모델은 맛을 구성하는 5가지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맛 용액을 5개 탱크에 넣어 이를 혼합분사해 음식과 음료의 맛을 재현하고 변화시키는 메커니즘이었다. 이후 지난해 8월에 발표된 최신 모델인 TTTV3(Transform The Taste and reproduce Varieties 3)는 보다 발전한 맛을 재현하기 위해 향미 용액의 수를 20개로 늘렸고 각 맛은 0.02㎖의 정확도로 1000단계까지 조정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10의60 거듭제곱으로 표현이 가능해 전문 셰프보다 더 세밀한 단위로 맛을 조절할 수 있다.

하나의 맛에 여러 용액을 사용해 풍미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는 특징 외에도 알칼리성 물질을 첨가해 중화하거나 맛 조절제를 사용하는 '맛빼기' 기능도 있어 특정 맛을 원래 음식의 맛보다 엷게 느끼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게 크림맛의 고로케를 먹을 수 있으며 매실절임이나 초콜릿, 와인 등 산지에 따라 맛의 차이를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다. 쉽게 얘기하면 다양한 맛의 용액탱크를 탑재한 고품질 잉크젯맛 프린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야시타 교수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상의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품을 진화시키고 있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레시피 데이터와 사진, 공개된 칼로리와 영양정보를 학습한 챗(Chat)GPT와 결합해 잉크젯 레시피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대화형 형태로도 개발 중인데 예를 들어 "염화나트륨, 구연산, 글루타민산나트륨을 섞어 토마토소스와 같은 맛을 만들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꽤 정확한 맛을 얻어낼 수 있고 맛을 보고 "맛이 조금 강하다"고 말하면 바로 덜한 맛을 제안한다.

맛의 출력과의 대화를 반복하는 것으로 '어머니의 맛'이나 '돌아가신 할머니 음식맛' 같은 정량화할 수 없는 음식들의 재현도 가능해진 것이다.

미야시타 박사는 "이미 멸종위기에 처한 자연산 장어 등 미래에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많아질 것이고 그로 인해 소수의 부유한 사람만 그 맛을 누릴 수밖에 없을 것을 우려해 미각미디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엉뚱한 발명올림픽인 '이그 노벨상' 수상자 중에서도 정식 노벨상을 받은 발명가가 나올 정도로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 건강측정 기능이 있는 변기로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한국인이 등장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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