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이름도 버릴 각오라더니…김범수, 구체적 쇄신안엔 침묵만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당초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아레나 착공식이 카카오 측 요청으로 연기됐다. 서울아레나는 2025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들어설 예정인 K팝 공연장·극장 등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서울아레나 대표가 직무정지돼서 카카오 이사회로 결정 권한이 넘어갔다”며 “카카오로부터 착공식과 관련해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해서 원래 일정대로 착공식을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아레나 착공식이 연기된 것은 카카오 내분 때문이다. 앞서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은 서울아레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특정 대형 건설사에 몰아주는 수의계약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서울아레나 건립 관련 예상 비용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용 재산정과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착공식을 진행하려 한다”며 “서울아레나 프로젝트에 대한 카카오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사업 추진 연기일 뿐 접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회의가 계속돼도 구체적인 쇄신안이 마련되지 않자 카카오 내에서조차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결정적으로 이날 김 창업자가 2년 10개월 만에 직원들과 대면한 자리에서 구체적인 회사의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창업자는 이날 오전 비상경영회의에 이어 오후에는 임직원 간담회를 주재했다.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카카오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자리였던 만큼 기대감이 높았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창업자가 현재 카카오와 얽힌 각종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고 좀 더 진전된 쇄신안은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동안 느꼈던 자신의 소회를 드러내는 데 치중하는 등 감정을 전달하는데에만 집중했다는 내부 평가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직원은 “구체적인 쇄신안 공유 없이 원점에서 다 같이 개선해 나가자는 목소리에 실망스러웠다”며 “국정감사장에서 보였던 모습처럼 ‘미안하다’는 말만 거듭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김 창업자는 직원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경영 쇄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카카오와 계열사가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라 자산 규모로 재계 서열 15위에 달하는 대기업임을 강조하며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에서 현재 카카오가 받는 비판과 우려를 언급하고 이를 극복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창업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전하면서도, 그동안 주요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례에 대해선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장에선 사전 질문을 포함한 총 25개의 질의응답이 오고 갔고, 그에 대한 김 창업자의 답변은 ‘후회한다’ ‘개선하겠다’와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로 귀결됐다.
한편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주요 핵심 경영진이 구속되고 김 창업자 역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여기에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김정호 총괄의 폭로로 ‘카카오 카르텔’ 논란이 점화되면서 임직원 간 갈등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카카오에선 김 창업자 주도로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중개 사업(카카오T) 개편 작업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중복 사업을 줄이기 위한 준법감시기구 가동 △창업자 측근에 편중된 보상 및 불투명한 인사등 경영진 인사 쇄신안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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