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끝난 날... 장제원 “출마 안한다”
“尹정부 성공과 총선 승리 위해
내가 가진 마지막을 내놓는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내 핵심 인사의 용기 있는 희생’을 촉구하며 활동을 종료한 11일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장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내가 가진 마지막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김기현 대표의 당선 때부터 이런 생각은 한결같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희생하는 게 맞는다”며 “가진 건 국회의원직 하나인데 내려놓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장 의원이 여권에서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여권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며 “보고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했다. 장 의원은 지난 6일 아버지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8주기를 맞아 부산의 산소를 찾았다. 장 의원은 “내 마음을 밝힐 때가 된 것 같아 글을 올렸다”고 했다.
장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에서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을 받아왔다. 장 의원은 지난달 지역구 산악회 행사에 참석해 “저보고 서울에 가란다. 저는 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장 의원이 산악회 행사에 버스 92대를 동원한 사실까지 공개하며 세를 과시하자 혁신위와 갈등을 빚었다.
장 의원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대해 주변에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희생할 각오는 돼 있지만 ‘우유를 그냥 먹을래, 맞고 먹을래’라고 하는 혁신위에 떠밀리듯 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이 산악회 행사 직후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맞춰 희생하는 모양을 취하려고 했는데 ‘버스 92대’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결심을 미룬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한 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런 본인의 생각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 의원이 여권 핵심과 불출마를 사전에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6일 아버지 추도식차 부산을 방문한 장 의원은 같은 날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장 의원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장 의원은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올 초 전당대회 때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김기현 대표 당선에 기여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김기현 대표 등도 조기에 불출마나 2선 후퇴를 결단할 가능성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는 자신의 시간표에 맞춰 결단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장 의원이 물꼬를 튼 이상 김 대표도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 등이 출범하고 내년 1월 중 결단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당내에선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의원들 사이에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위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 그간 의결한 1~6호 혁신안을 종합 보고했다. 혁신안에 특정 인물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최근 지도부에 ‘김·제·동’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제·동’은 김기현 대표, 장제원 의원, 권성동 의원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고위에서 혁신안을 보고받은 김 대표는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 각오와 민생을 살리는 모습으로 보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당장 거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최고위 모두 발언도 1분가량으로 짧게 끝마쳤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장 의원처럼 김 대표나 권 의원도 결국 결단을 하지 않겠나”라며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는 데 가장 큰 공이 있는 분들이고, 본인들이 뒤로 물러나는 게 정권에 보탬이 된다면 그렇게 할 분들이다”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민들, 당원들의 요구가 있는 것을 지도부가 충분히 알고 있고 적당한 상황, 적당한 때가 되면 질서 있게 혁신위의 요구를 반영하고 실천하겠다”고 전했다.
장제원 의원과 함께 여권 핵심부의 불출마 같은 결단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혁신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장 의원의 불출마를 통해 여권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은 ‘윤심’ 논란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현 지도부에 윤 대통령이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다른 해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친윤 중심으로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현재 국민의힘 구성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친윤 내부에서도 모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연쇄적 불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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