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태국의 크리스마스

최동열 2023. 12. 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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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국가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구경하는 것은 생경한 일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아직 2주일 이상 남았지만, 호텔과 대형매장 등 거리 곳곳이 트리로 장식되고, 관광객과 국민들도 그것을 즐겼다.

그런 나라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트리를 장식하고, 캐럴을 들려주는 것은 이방인 입장에서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우뚝 솟은 불교 사원의 첨탑을 뒤로하고 거리 곳곳에서 반짝이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기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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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국가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구경하는 것은 생경한 일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아직 2주일 이상 남았지만, 호텔과 대형매장 등 거리 곳곳이 트리로 장식되고, 관광객과 국민들도 그것을 즐겼다. 아침에 호텔 앞에 공사용 가림막이 설치된 것을 보고, “상·하수도 공사를 하려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에 호텔에 돌아오니 그 자리에 높이 5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거대한 트리 장식이 들어서 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태국 얘기다.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태국은 대표적인 불교 국가이다. 전 국민의 95%가 불교도이고, 전국에 4만여개의 불교 사원이 있다. 왕실과 함께 국민 통합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것도 불교이다. 남자는 일생에 한 번, 보통 1~3개월 기간 승려로 출가하는 것이 관행이고, 승려 수행 경험이 없는 경우는 ‘콘딥(Khondip·성숙하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한다. 사회생활과 결혼에도 승려 경험 유무가 영향을 미칠 정도이니 성인이 되는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나라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트리를 장식하고, 캐럴을 들려주는 것은 이방인 입장에서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물론 그들의 크리스마스가 여느 국가들처럼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트리를 만들고, 그 분위기를 즐기지만, 정작 기독교도는 전 국민의 1%도 안 된다. 한해를 보내면서 자축하는 뜻 외에 관광·상업적 의도가 더해진 이색적인 풍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뚝 솟은 불교 사원의 첨탑을 뒤로하고 거리 곳곳에서 반짝이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기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종교 분쟁, 영토 다툼, 이념 갈등, 정쟁 등이 날로 격화되는 살벌한 현실 세계에서 화해, 배려, 평화 같은 구원의 메시지를 더 갈구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포성이 멎고 불교 국가를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포용과 배려의 미덕이 지구촌을 장식하기를 고대한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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