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2도움 원맨쇼' 손흥민, 최악의 상황 속에서 빛난 캡틴의 품격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6경기 만에 값진 승리를 거둔 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캡틴’ 손흥민(31)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화려하게 부활했다. 손흥민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EPL 16라운드 홈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원맨쇼를 펼쳤다.
손흥민이 3골을 책임지는 맹활약을 한 덕분에 토트넘은 뉴캐슬을 4-1로 대파했다.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무4패에 그쳤던 토트넘은 지난 10월 28일 크리스탈 팰리스전 2-1 승리 이후 6경기 만에 승점 3을 추가했다. 리그 순위도 5위(9승3무5패 승점 30)를 유지했다.
측면 지배한 손흥민, 잉글랜드 ‘국대’도 막지 못했다
손흥민은 최전방 원톱이 아닌 4-2-3-1 포메이션의 2선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답답한 공격을 해결하기 위해선 측면에서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이었다.
손흥민은 감독의 요구에 100% 화답했다. 전반전에만 과감한 측면 돌파로 2골을 어시스트했다. 상대 측면 수비수가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토트넘 옛 동료인 키에런 트리피어였지만 손흥민에게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전반 26분 데스티니 우도지, 전반 38분 히샬리송의 골에 도움을 준 손흥민은 후반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했다. 3-0으로 달아난 후반 40분 자신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시즌 연속 두자릿수 골, EPL 역대 7번째 대기록
지난 4일 맨체스터 시티전 이후 2경기 만에 골맛을 본 손흥민은 시즌 10호 골을 기록했다. 엘링 홀란드(14골·맨체스터 시티), 모하메드 살라(11골·리버풀)에 이어 올 시즌 EPL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올린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더불어 8년 연속 EPL 두자릿수 득점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는 EPL 역사상 단 7명만 세운 대단한 업적이다.
1992년 EPL이 창설된 이래 웨인 루니가 11시즌 연속 두자릿수 골을 기록,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프랭크 램파드(10시즌),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세르히오 아게로(이상 9시즌)가 따르고 있다.
8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린 손흥민은 티에리 앙리, 사디오 마네(알 나스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통산 EPL 득점도 113골로 늘리면서 아스널의 전설적인 공격수 이안 라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 활약에 극찬 세례...“팀에 영감 불어넣었다”
경기가 끝난 뒤 현지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경기 후 손흥민은 팬들이 직접 뽑은 경기 MVP에 선정됐다. EPL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팬 투표에서 손흥민은 3만460명 가운데 72.2% 지지를 받았다.
런던 지역지 ‘이브닝 스탠다드’는 손흥민에게 최고 평점인 9점을 부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다시 측면으로 이동시킨 건 정당했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런던 지역지 ‘풋볼 런던’도 가장 높은 9점을 줬다. “진정한 주장의 활약을 펼쳤다”며 “팀에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소개했다. 다른 매체들도 손흥민에게 최고 평점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살인미소 되찾은 손흥민 “팀이 원하는 자리 언제든 OK”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손흥민이 대승의 중심에 있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일찍부터 우리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며 “손흥민의 존재 덕분에 우리는 이길 자격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좀처럼 웃지 못했던 손흥민은 이날 수훈선수로 뽑힌 뒤 오랜만에 특유의 ‘살인미소’를 보여줬다. 그는 “언제든 팀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서 뛸 준비가 돼 있다”며 “오늘은 환상적인 경기였다. 계속 이런 경기력을 선보이고 싶다”고 기뻐했다.
이어 “앞선 경기에서 패한 뒤 페널티 지역 안에서 좀 더 무자비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면서 “오늘은 우리가 기회를 만들어냈고 강팀인 뉴캐슬을 이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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