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터지는 책임론에 '사퇴 일축'...당 내홍 격화

조성은 2023. 12.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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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초선들, '김기현 비판' 중진 겨냥해 "자살특공대" 맹비난

혁신위 조기 해산과 총선 참패 내부보고서가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에 영남·친윤계 주류 인사들은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하며 '김기현 지키기'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총선을 약 4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의 거취 문제가 당 분열의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출범한 혁신위원회가 '빈손'으로 조기해산하고 내년 총선 '서울 6석 확보'를 전망한 내부 보고서가 알려지면서 '김 대표 책임론'이 터져나왔다. 당내 수도권 및 비주류 진영에서 김 대표를 향한 공개적인 사퇴 촉구가 나왔다. 영남 및 주류 진영은 이를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11일 당 안팎의 사퇴촉구에 '기득권 내려놓기'로 맞섰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득권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원론적인 입장이었다.

혁신위 활동에 대해서는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 까다로운 의제도 있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당헌·당규에 따라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 혁신안을 공천관리위원회로 넘기며 현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셈이다.

영남·친윤계 등 주류 진영은 이날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으며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던 비주류 인사들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강민국·박성민·양금희·윤두현·전봉민·최춘식·태영호 의원 등 친윤계 초선 10여 명은 국민의힘 의원 메신저 단체 방에서 김기현 지도부에 쓴소리를 해오던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공개 저격했다.

최춘식 의원은 "자살특공대, 불난 집에 부채질, 끊임없는 지도부 흔들기"라며 "고군분투하는 지도부의 충심을 흠집내고 난도질하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의원은 "소속 정당에 '좀비 정당'이라는 망언을 해가며 당을 흔들려는 자가 진짜 'X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당이 단일대오로 나가야 할 시점에, 오직 정치적 셈법만을 고려해 당의 단합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라며 "내부총질만이 혁신이라 믿는 사람들로 비대위를 꾸린들 과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김기현 1기 지도부에서 조직부총장을 지낸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 의원과 하 의원을 두고 "본인들의 무능을 백번 자성해도 모자랄 이들"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김 대표 사퇴를) 주장했던 분들은 '견리(見理·이익을 봄)'을 넘어 '탐사리(貪私利·사사로운 이익을 탐하다)' 수준까지 간 듯하다"며 "당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먼저 생각해야 할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3선인 하태경 의원(왼쪽)은 SNS에 "쇄신 대상 1순위는 김기현 대표다. 불출마로 부족하다. 사퇴만이 답"이라는 글을 올렸다.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오른쪽)도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남용희·이새롬 기자

'김기현 사퇴론'은 지난 8일 '총선 참패' 내부 보고서가 알려지면서 분출됐다. 수도권·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은 확산하고 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전날에 이어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기현 대표님, 오늘 발언을 들으니 안철수 의원의 명언이 떠오른다. '기다리다가 숨넘어간다'"라며 "무작정 시간 끌기, 이제는 안 통한다"고 직격했다.

하 의원은 앞선 글에서도 "김기현 대표가 '5560(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 달성)' 공약을 지키는 길은 자진사퇴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개월 김기현 대표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5560은커녕 거의 반토막 수준"이라며 "총선 과반의석은 고사하고 100석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의 제일 책임은 김기현 대표에게 있다"고 김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5선의 서병수 의원도 전날(10일) 페이스북에 "혁신위원회의 실패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는 전조"라며 "혁신위를 구성했는데 어째 국민의힘 지도부에는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대표를 향해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며 "진즉 제가 묻지 않았나.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그런 결기가 김기현 대표에 당신에게 있냐고 묻지 않았던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모양 이꼴로 계속 간다면 국민의힘이 필패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내홍은 당 지도부로 번지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구로 둔 김석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당 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너도나도 싸울 것이며 오히려 우리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오히려 현실성 없고 대안 없는 당 지도부 흔들기 발언들을 당내에서 자꾸 하니까 국민들께서 당과 지도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고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안 없는 주장으로 자중지란을 일으키지 말고 전국 80만 책임당원 투표로 뽑힌 김기현 대표 중심으로 모두가 심기일전 똘똘 뭉쳐서 더 힘차게 나아가는 게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인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혁신위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우리 당 지도부가 그에 걸맞은 호응을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이 매우 뼈아프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들에게 지도부가 희망이 되지 못할망정 절망과 원망의 대상이 되어야 되겠느냐"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놨느냐"고 비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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