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역겨운 손가락질을 멈춰라, 그 천사는 건드리지 말아라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영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9월 29일.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일이 축구장에서 일어났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셰필드 웬즈데이와 선덜랜드의 경기가 열린 영국 셰필드의 힐스보로 스타디움. 선덜랜드가 3-0 완승을 거뒀다.
그러자 셰필드 웬즈데이의 팬인 데일 호튼은 패배에 분노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다. 호튼은 자신의 휴대폰 화면에 한 사람의 얼굴을 띄운 채 손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즐겁게.
그 휴대폰 속 얼굴은 브래들리 로어리였다. 선덜랜드의 열렬한 어린이 팬으로 유명한, 선덜랜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마스코트와 같은 존재다.
그는 생후 18개월에 소아암의 일종인 신경모세포종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로어리는 선덜랜드를 사랑했고, 2017년 병마와 싸우다 6세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로어리는 선덜랜드 팬들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있는 마스코트다.
호튼이 선덜랜드를 도발하기 위해 로어리를 이용해 조롱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선덜랜드뿐만 아니라 상대팀 셰필드 웬즈데이까지 분노했다. 두 구단은 호튼의 축구장 출입을 영원히 금지했다. 그는 직장에서 해고됐고, 법적인 처벌도 받았다. 12주의 징역과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졌다.
이런 개탄스러운 일이 벌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 영국은 또 충격에 빠졌다.
지난 9일 선덜랜드와 웨스트 브로미치의 챔피언십 경기가 열린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선덜랜드의 홈구장이었다. 선덜랜드가 2-1로 승리했다.
그러자 한 웨스트 브로미치 팬이 SNS를 통해 로어리에 관한 악랄한 게시물을 올렸다. '역겨운 손가락질'이었다. 뒤에서 한 야비한 짓, 인간이기를 포기한 비열한 행동. 자신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고 말았다. 아직 호튼처럼 이름과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다.
웨스트 브로미치는 즉각 반응했다. 게시물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바로 그 팬의 자격을 정지시켰다. 그의 앞날은 뻔하다. 다시는 경기장에 출입을 할 수 없다. 또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법적인 처벌도 받을 것이다. 호튼처럼 얼굴까지 공개돼 세계적인 비판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웨스트 브로미치는 선덜랜드와 로어리 가족들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하며 성명을 발표했다.
"웨스트 브로미치는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패배한 후 로어리를 언급하는 혐오스러운 SNS 게시물에 대한 경찰 조사를 돕고 있다. 로어리는 6살의 나이로 하늘을 떠나기 전까지, 용감하게 병과 싸우며,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감을 줬던, 어린 선덜랜드의 팬이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브래들리 로어리와 저메인 데포, 로어리 장례식, 데일 호튼.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일리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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