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한수원 등 발전자회사에 4조원 중간배당 요구…자회사 ‘비상’

재무위기를 겪는 한국전력이 내년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자회사에 최대 4조원에 달하는 중간배당을 요구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한수원,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에 올해까지 중간 배당을 결의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뉴스1

한전은 정부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최대 4조원의 중간 배당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매년 발전 자회사로부터 연간 단위로 경영 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고 있지만,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한전이 이례적으로 자회사들에게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지금과 같은 재무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한전채 한도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자본금+적립금’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올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200억원)의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망대로 올해 연간 6조원대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자본금+적립금’은 14조9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한전채 발행 한도 역시 74조5000억원으로 감소한다.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은 79조6000억원으로 이 경우 한전은 내년 한전채를 새로 발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초과한 5조원가량의 한전채도 즉각 상환해야 한다. 

한전의 입장에선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한전채를 새로 발행해 만기가 도래한 빚을 갚고, 전기 구매와 송·변전 시설 유지 보수 등에 쓰이는 비용을 융통할 수 없게 된다. 

한전의 요구에 발전 자회사들은 중간배당 근거를 갖출 정관 변경을 위한 이사회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전이 요구하는 4조원의 중간배당을 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을 넘는 수준이어서 배임 소지에 저촉될 수도 있어 일부 사외이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들어 최대 2조원대 중간배당을 요구받는 한수원은 올해 1∼3분기 1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한수원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 논의를 했다. 하지만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에 표결을 보류했다가, 이날 오전 이사회를 다시 열고서야 중간배당을 위한 정관 개정 안건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한국동서발전이 이날 이사회를 여는 등 나머지 발전자회사들도 14일까지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정관 개정 안건을 논의해 표결에 들어간다.

최대 4조원의 중간배당이 결정되면 올해 한전 적자는 약 2조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본금+적립금’은 18조9000억원으로 내년 회사채 발행 한도는 94조5000억원이 된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