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남북 우주 군사경쟁, 대북 우주력 건설 박차 가해야[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실제로 ‘스타워즈’는 더 이상 공상과학(SF)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미국 등 주요 강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 바로 옆 중국은 스파이 위성을 비롯해 수백 기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쏴 올려 주변국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수백 km 고도의 위성을 파괴하는 능력까지 확보한 게 10여 년 전이다. 러시아도 중국에 버금가는 우주전력을 갖췄고, 이를 벼리는 작업에 전력투구하는 실정이다.
남북 간 ‘우주경쟁’도 사실상 서막이 올랐다. 지난달 북한의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과 이달 초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가 지구 궤도에 잇달아 진입하고, 군이 개발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위성 발사도 성공하면서 남북 간 군사 대결장이 땅과 하늘, 바다를 넘어 우주공간까지 확대된 것이다. 만리경-1호의 정찰 해상도는 3∼5m 안팎(가로세로 3∼5m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표시)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찰위성의 해상도(30cm)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북한이 향후 러시아, 중국의 도움을 받아 고해상도 광학장비를 갖춘 위성을 속속 올린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북한이 고성능 정찰위성을 10기 이상 배치할 경우 한반도 재방문 주기를 1∼2시간 정도로 당겨 최대한 실시간에 가깝게 괌과 주일미군 기지 등 미 전략자산의 발진 기지와 우리 군 동향을 염탐할 수 있다. 김정은이 정찰위성을 계속해서 많이 쏘라고 누차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군도 정찰위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5기의 전자광학·레이더 위성을 연이어 배치하는 한편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쏴 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최소한 30분마다 북한 상공을 지나가면서 핵과 미사일 기지, 수뇌부 동향 등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수십 기의 남북한 정찰위성이 우주공간에서 쫓고 쫓는 시대가 머잖아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찰위성은 적의 고정 및 이동표적을 사각지대 없이 더 세밀히 추적해 병력과 장비 움직임은 물론이고 핵심기지 동향도 감시할 수 있다. 더욱이 정찰위성이 수집한 초정밀 표적 정보가 미사일을 비롯한 육해공 타격수단과 결합할 경우 그 정확도와 파괴력은 획기적으로 증대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다량의 정찰위성을 쏴 올리겠다고 위협한 것도 이 같은 방식으로 한미를 겨냥한 핵타격 위협을 고도화하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의 지원을 받아 위성요격무기(ASAT)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무기를 갖게 되면 유사시 지구 저궤도의 한미 정찰위성을 파괴해 한미 대북 감시망을 원천봉쇄하는 수준까지 진화할 수 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미 위성을 무력화하는 무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게 정설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천 km 고도까지 발사한 전례로 볼 때 ASAT의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옛 소련제 방공무기의 유도·항법 기술을 개량한 뒤 자국의 탄도미사일에 결합해 위성요격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 군도 대북 우주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레이저로 적 위성을 파괴하는 첨단 우주무기 개발과 우주부대 창설, 우주작전 계획 구상 등을 하나씩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다수의 정찰위성을 통합적으로 관제·운용하고, 위성 사진 등을 분석해 고급정보로 재가공한 뒤 적시적소에 배포하는 범국가적 위성 컨트롤타워부터 설치하는 게 급선무라고 필자는 본다.
일각에선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제대로 된 우주전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 북한은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예상보다 훨씬 빨리 개발해 우리 군과 정부 당국의 허를 찌른 바 있다. 우리 군의 대북 우주전력 건설에서도 같은 전례가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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