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실패 리스트[2030세상/배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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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한 명이 그만두었다.
다섯 명이 한 팀으로 모여 일한 지 석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팀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대화를 통해 풀어보고자 했으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한 명이 그만두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팀원들 사이의 갈등을 알고 있었음에도 좀 더 일찍 중재하거나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했고, 그래서 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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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를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두는 사람들을 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내가 직접 뽑아 꾸린 팀이라고 해도 모두가 만족하고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팀원들 사이의 갈등을 알고 있었음에도 좀 더 일찍 중재하거나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했고, 그래서 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 팀원이 나가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오래도록 잠겼다. 나는 팀의 리더로서 실패했다.
내게 있어서 리더로서 실패했다는 것은 일에 있어서도 실패했다는 의미이다. 팀을 꾸린 후부터 내 목표는 일을 통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터득한 기술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그들이 소득을 얻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나 홀로 일하며 일당을 받거나 파트너와 단둘이서 일할 때보다 훨씬 적은 돈을 벌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거기에 더하여 삭막하고 차가운 일터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즐겁고 따뜻한 일터를 만들고자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팀워크, 서로 간의 관계성이 가장 중요했다. 오로지 일과 돈만 생각하기보다는 소통하고 기다려주고 힘든 점들을 알아주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팀원이 나갔으니 일을 통해 얻고자 했던 목표에도 결국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했던 한 해였다. ‘일이 조금만 더 안정되고 나면’이란 생각을 1년 내내 했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머릿속에는 늘 일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팀을 만들 수 있을까에만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늘 미루기만 했다. 시간이 나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만났어야 하는데 말이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도 실패했다. 일이 안정되면 개인 시간도 확보하고 취미생활도 시도해보려 했다. 좋아하는 여행이나 마음속으로만 꿈꿔 온 캠핑, 운동 등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일이 조금 더 안정되면, 시간이 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등의 이유로 미뤄왔고 끝내 올해 안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연초에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고 실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패한 목표를 다음 해에 똑같이 세우고 또 실패한 적도 있고, 아예 그 목표를 포기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기도 한다. 왜 실패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목표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그것을 해내는 나의 역량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올 한 해 이루어낸 것들을 떠올리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실패한 것, 미숙했던 것들을 돌아봤다. 정말 많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노력했고 수고했다고, 내년에는 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보자고 스스로 격려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 본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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