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로 돌아온 손, 토트넘 업고 ‘무승 탈출’
‘축구 종가’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엔 세계적인 오른쪽 풀백(측면 수비수)이 넘쳐난다. 지난 7월 ESPN이 선정한 전 세계 오른쪽 풀백 랭킹에서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25·리버풀)가 6위, 리스 제임스(24·첼시)가 4위, 카일 워커(33·맨체스터 시티)가 3위로, 잉글랜드 선수들이 상위권을 점령한 가운데 이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이는 키런 트리피어(33·뉴캐슬)였다. 모로코 출신 아슈라프 하키미(25·파리 생제르맹)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한 트리피어는 오른쪽은 물론 왼쪽 풀백도 소화할 수 있어 잉글랜드에선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공수 능력을 겸비한 그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에서 도움 7개로 무함마드 살라흐(31·리버풀), 페드루 네투(23·울버햄프턴)와 함께 어시스트 1위를 달리고 있다.
11일(한국 시각) 손흥민(31·토트넘)은 그런 트리피어를 ‘자동문’으로 만들었다. 토트넘과 뉴캐슬이 맞붙은 2023-2024시즌 EPL 16라운드.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26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았다. 그는 트리피어를 앞에 두고 순간적 드리블로 왼쪽으로 치고 나가더니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데스티니 우도기(21)가 왼발로 이를 밀어 넣으며 1-0. 전반 38분에도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자신을 막아선 트리피어를 드리블 돌파로 완벽하게 뚫어낸 뒤 공을 내줬고, 히샤를리송(26)이 이를 왼발 슛으로 연결해 2-0을 만들었다. 히샤를리송의 추가골로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손흥민은 후반 막판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골키퍼에게 걸려 넘어졌다. 후반 40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토트넘은 이 골에 힘입어 뉴캐슬에 4대1 대승을 거두며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 늪에서 탈출했다. 손흥민은 리그 10호 골(3위)과 3·4호 도움을 올리며 공격 포인트(14개) 3위에 올랐다.
돌아온 윙어의 맹활약. 안지 포스테코글루(58·호주) 토트넘 감독은 “지난 몇 주를 살펴보면 우리 기회는 대부분 윙포워드 쪽에서 나왔다. 손흥민을 다시 왼쪽으로 돌린다면, 그가 득점을 위한 더 많은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 기대대로 손흥민은 이날 4년간 토트넘에서 함께 뛴 트리피어를 무력화하며 대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그는 “트리피어와 가깝게 지내지만, 경기 중에는 친구란 없다. 나는 그를 이기려 노력했다”고 했다. 손흥민은 팬 투표로 선정하는 EPL 경기 최우수 선수(MOM·Man of the Match)에 올 시즌 여섯 번째로 뽑혔다. 영국 BBC는 EPL ‘이 주의 팀’에 손흥민의 이름을 올려 놓았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 등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그는 이날 리그 10번째 골을 터뜨리며 역대 일곱 번째로 EPL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란 금자탑도 쌓았다. 최다 기록은 웨인 루니(38·현 버밍엄시티 감독)가 보유한 11시즌으로,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004-2005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매 시즌 10골 이상을 넣었다.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였던 해리 케인(30)은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한 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해 기록이 중단됐다.
오는 21일 경기를 끝으로 약 3주 동안 겨울 휴식기를 갖는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등과 달리 EPL은 이번 달에만 팀당 6~7경기를 치르는 숨 가쁜 일정을 치러야 한다. 시즌 초반 선두를 내달린 토트넘은 최근 핵심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27)과 수비수 미키 판더펜(22) 등을 부상으로 잃으며 5위(승점 30·9승3무4패)로 처진 상황이라 ‘캡틴’ 손흥민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그는 “직전 경기에서 웨스트햄에 패한 뒤 동료들에게 페널티 지역에서 좀 더 무자비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는데 오늘 잘 이뤄졌다”며 “오늘 같은 경기력을 계속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토트넘은 16일 오전 5시 16위 노팅엄과 리그 17라운드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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