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서울 출신의 세종 거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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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서울에 적을 두고 살았다.
학교는 '당연히' 서울에서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아이의 학교 입학에 맞춰 서울에 복귀할 계획이었다.
살아보니 세종은 학교 여건이 나쁘지 않았고, 어떤 면에선 서울보다 나아 보였다.
학교를 세종에서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서울에 꼭 돌아가야 한다'는 것 역시 내 편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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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서울에 적을 두고 살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학교에 가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다. 남편 역시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아이도 서울에서 낳았다. ‘비수도권’이란 단어는 내게는 활자로만 존재했다.
정부가 발표한 ‘교육발전특구’ 정책이 반가웠던 것도 이런 이유다. 교육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유·초·중·고에 특례를 줘 교육 질을 높이고 정주율을 높인다는 취지다. 아이 때문에 이사한 입장에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다. 다만 정부 발표를 보며 불편한 점도 있었다. 비수도권 인구는 지방 소멸을 막는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것 같아서다.
교육부는 ‘지역 우수 인재가 지역 대학에 진학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옳다. 지역에 우수 대학이 있는데, 그저 서울이란 이유로 서울 대학을 택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비수도권 고교생이 서울 대학을 택하는 이유는 ‘서울이 좋아서’라고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일자리, 문화 등 모든 것이 서울에 몰려있다. 남들이 좋다니까, ‘멋모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서울로 ‘몰아지는’ 면이 강하다. 서울에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비수도권 아이들은 비수도권 대학에 가라는 정책은 현실성 없게 느껴졌다. ‘수도권에 올 생각 하지 말고 지역에 남아 지역을 살리라’며 선 긋는 것처럼 생각됐다면 비약일까.
서울을 떠나보니 서울 살 땐 몰랐던 ‘비수도권의 서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현재 사는 집과 정부청사는 버스를 타면 5분이면 오는 거리지만, 집 앞에 버스는 1시간에 2대만 다닌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30분 넘게 뛰어갈 때면 지하철, 버스가 수시로 다니는 서울이 그리워진다. 큰 미술관이나 어린이 체험시설도 없어 문화 접근성도 아쉽다. 그나마 ‘신도시’라는 세종도 이런데, 먼 지역으로 갈수록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다.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는 알고 있을까.
정부의 지역 살리기 정책은 사람들이 ‘왜’ 지역을 떠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말로만 지역을 지키라고 하지 말고, 비수도권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그곳에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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