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결국 파열음…혁신위 시간끌고 "김기현 대안있냐"는 당권파
김병민 작심발언 "중간은 없다, 혁신 먼저…수도권서 지도부 원망 대상 됐다"
당권파 최고위원,·텃밭 초선들은 비주류 중진 때리기로 우회…"김기현 중심"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인요한 혁신위원회 시간끌기 논란과 조기해체' 결산을 맞은 '김기현 지도부'를 둘러싸고 11일 내홍을 표출했다. 김기현 당대표는 혁신위 권고(11월3일) 후 한달을 넘긴 '주류 희생' 혁신안을 보고받고도 '육하원칙 없는' 입장을 냈고, 영남권·윤핵관 진영 측에선 지도부 책임론 무마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로부터 활동 보고를 받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혁신안 방향에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안건을 거론하진 않았다. "일부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까다로운 의제도 있다"며 "이미 당 총선기획단이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 그 이상의 변화를 도입하기로 해 진행 중"이라고 했다.
특히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당헌당규에 따라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가지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와 민생·경제를 살리란 국민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조기 공관위 출범을 거듭 이야기해왔고, 수도권·비주류 측에선 "혁신위 시즌2 시간끌기"란 비판이 나온 터다. 일부 언론에선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 4역'을 초청한 용산 대통령실 오찬에서 김 대표에게 공관위 구성 연기를 요청했고, 이것이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공개 대화 유출 논란을 안은 데다 비주류 측도 거세게 반박한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용산의 방향이나 수도권에서 총선을 해보려는 사람들은 조기 공관위를 김기현 체제 굳히기로 본다"며 "거기에 김건희 특검법 때문에 했단 건 영남권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 측에서 만든 역공작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인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대통령실과 관계 때문에 공관위를 늦게 띄운단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검을 막으려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잡음'들은 청담동 술자리같은 가짜뉴스"라고 했다. "지도부가 공관위든 선대위든 띄우기 전 국민께 신뢰를 줄 모종의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지도부 공개회의에서 유일하게 쇄신론을 펴기도 했다. "'견리망의(見利忘義)' 교수신문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라며 "현재 정치권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집권당으로서 국민 삶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할 우리부터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 당의 '의로운 변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던 혁신위의 활동이 마무리되고 오늘 최고위에 그 전체 내용 보고가 올라온다"며 "인요한 위원장과 혁신위원님들의 노고를 이 자리 빌려 깊이 감사드린다. 혁신위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우리 당 지도부가 그에 걸맞은 호응을 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지적이 매우 뼈아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인 위원장은 과거 '혁신이란 게 100점 아니면 0점밖에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며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들에게 당 지도부가 희망이 되진 못할 망정 절망과 원망의 대상이 돼서야 되겠나. 이 자리의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대체 답을 내놨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수(數)적으론 당권파가 우세했다. TK(대구경북) 출신이자 최고위원 보궐선거로 입성한 김석기 최고위원은 "소위 당내 중진이란 분들이 당대표 물러가라고 언론에 나와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걸 봤다"며 "대안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추라"고 했다. 또 "김 대표가 당장 물러가는 게 답이 아니고 지금부터 공천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대안도 없는 주장으로 자중지란을 일으키지 말고 80만 책임당원의 투표로 뽑힌 김 대표 중심으로" 가자고 했다. 바로 다음 발언 순서에서 김병민 최고위원이 "전국 80만 책임당원의 투표로 뽑힌 최고위원 김병민이다"고 운을 떼면서 신경전이 연출됐다. 또 다른 보궐 최고위원인 김가람 최고위원도 김 대표 지키기에 가세했다.
김가람 최고위원은 "남은 절반(의 혁신안) 완성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비판하는 일부 의원들에게 합리적인 대안 제시는 없다. 그저 당대표가 물러나란 것"이라며 "부산에서 5선을 채우고 부산시장을 지낸 분이나 해운대에서 3선을 하고 호기롭게 서울에 오더니 우리 당 현역의원 지역을 탐하는 분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겨냥한 그는 "수도권에 나서는 후배에게 도움이 되진 않고 오히려 재를 뿌린다"며 "이젠 분열과 패배의 과거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지명직인 김예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주권자 선택을 받는 정당이 되도록 (인 위원장이 나머지 절반이라고 말한) '그 50%'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며 당권파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동행한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지금 당을 흔드는, 당의 배려를 받아 양지에서 선수를 쌓은 중진 선배님들이 너무하다"며 '비주류 중진 때리기'로 우회했다. "당 지도부를 향한 전투력의 절반만 야당과 싸우거나 정부를 지키는 데 보여줬어도"라며 '당권 다툼'으로 규정하는 대응을 보였다.
공천이 당선에 가까운 텃밭 출신 당권파와 쇄신파 간 '초선 내전' 양상도 보인다. 강민국·최춘식 의원은 여당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한 중진을 각각 '자살특공대', '망언' 주체로 꼽았고 10여명의 TK 및 PK(부산·울산·경남) 초선들도 동조했다는 후문이다. 이용 의원은 SNS를 통해 김 대표 사퇴론을 "권력투쟁"으로 규정했다.
비주류에선 김웅 의원이 "연판장 전당대회 시즌 2냐"고 대화방 내에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SNS를 통해선 일부 의원의 '저격'에 "차라리 잘하는 연판장 돌리기가 나을 듯"이라고 받아쳤다. 김미애 의원은 이날 SNS에 3·8 전대 이후 30% 박스권 지지율을 직시하라며 "자기 희생과 헌신없는 웰빙정당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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