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침해 인정됐지만…끝없는 소송전에 피해 업체 고사

[앵커]

한 중소기업이 몇 년째 사용하던 상품 이름을 같은 업계의 대기업에게 빼앗기다시피한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다.

특허법원 상표 침해 소송에서 이겼지만 대기업은 또 다른 소송을 이어갔고 그러는 사이 중소업체는 고사위기에 처했습니다.

배지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영유아 과자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입니다.

직원들 자리는 텅 비었고 제품 개발실은 창고가 됐습니다.

악몽은 5년 전 대표 브랜드인 '아이밀'이란 상표가 침해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김해용/아이밀 대표 : "(일동후디스) 제품에 대한 문의 전화를 (저희가) 받고 일동후디스에서 저희랑 유사한 제품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상대는 동종업계 굴지의 기업, 일동 후디스.

식약처가 영유아식에 '아기' 표기를 금지하자, 기존 상표였던 '아기밀'을 '아이밀'로 바꾼 겁니다.

[김해용/아이밀 대표 : "대기업에서 유사한 제품으로 그것도 상표까지 똑같다는 거는, 그냥 망치로 머리 한 대 맞은 느낌?"]

이 업체의 제품은 하루아침에 '짝퉁' 취급을 받았고 수십억 원에 달했던 매출은 급감했습니다.

3년간의 소송 끝에 어렵게 특허법원으로부터 상표 침해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피해 보상을 놓고 소송전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새로 진행된 소송만 5건, 일동 후디스는 법원의 화해권고에 불복했고 법정 다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해용/아이밀 대표 : "대출을 통해서 이렇게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데. 항소가 언제 또 끝날지 모르는 그런 긴 터널 속에 있다는 게 (막막합니다)."]

15명이던 직원은 4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박희경/재단법인 경청 변호사 : "(중소기업은)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점점 사업이 어렵게 되고. 이러다 보니까 고사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일동후디스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법적 판단이 끝날 때까지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 최원석 이정태 강현경/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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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