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선언 카카오 “회사 이름도 바꿀 각오로 혁신”
자율·확장 접고 핵심사업에 집중
새 리더십 언급, 경영진 개편 예고
구체적인 쇄신안 내년 실행 계획
그동안 내부 도덕적 해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으로 좌충우돌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카카오가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카카오의 성장 방식이었던 자율경영 체제를 접고, 확장 경영 기조도 바꿔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등 기존 전략과 기업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카카오는 구체적인 쇄신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실행할 계획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 본사에서 가진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하기 위해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직원 간담회를 연 것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카카오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현재 카카오는 주요 계열사 경영진의 잇따른 검찰 수사와 내부 임원진의 폭로전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카카오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거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부분적인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하다”며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바꿔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업을 재검토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화할 수 있을지와 사회적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 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룹 내 거버넌스도 개편한다.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은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투자와 스톡옵션, 전적인 위임 등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하겠다”고 했다.
경영진 개편도 예고했다. 그는 “새로운 배와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는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겠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만큼 여정에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카카오의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영어 이름 사용과 정보 공유, 수평 문화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대변화를 예고했다. 카카오에 직원의 경영쇄신 참여와 인적 쇄신을 요구해 온 카카오 노조는 내부 논의를 거쳐 12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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