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원·하청 임금 격차, 장기적 계획 갖고 해결해야” [한양경제]

이승욱 기자 2023. 12. 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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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人터뷰] “임금 이중구조 너무 심해”…‘연대 임금’ 거론
“노사, 서로 앉아 대화하면 고민 비슷해…의지하고 협력해야”
낮은 출산율 우려…“사람이 없으면 노동도 사라져”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김문수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사노위 제공

"실례지만 기자님은 자녀가 있으세요?"

김문수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위원장(72)이 인터뷰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배석한 20대 중반 기자에게 대뜸 물었다.

지난해 10월 13대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반드시 하고 싶은 과제가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진 이후였다. 노사 양측의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는 그에게 노동 현안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닥쳐올 노동의 위기였다.

김 위원장은 “AI(인공지능)이든 로봇이든 이것보다 더 급한 우리 사회 문제가 젊은이들이 더 이상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노동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왕성하고 창조적인 행위인데 사람이 안 생기는데 어떻게 창조를 하고 노동을 할 수 있느냐”고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임금 격차의 이중구조가 너무나 심하다”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은 노조도 없고 임금을 올려 달라고 주장도, 투쟁도 못 하고 사회도 주목을 하지 않는다”며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유럽식 ‘연대 임금’을 거론하며 장기적인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 2, 3차 벤더(vendor)로 갈수록 임금을 두텁게 주고 대기업 노조는 안 올리거나 낮은 인상폭을 수용하면서 서서히 임금을 맞춰가야 한다”면서 “10개년이든 20개년이든 (장기) 계획을 세워서 진행해야 (원청과 하청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회사를 다닐 만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勞)든 사(使)든 서로 앉아서 대화를 하면 고민이 비슷하다”면서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같이 의지하고 나눠 이야기를 좁혀 나가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사회적 대화 참여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자신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질의응답 요지다.

■ “노동운동가 출신? 노조와 대화에 지장도 있어”

Q.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국회 재의(再議) 요구를 하면서 경사노위 복귀 의사를 밝혔던 한국노총이 회의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 경사노위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지만 이후 경사노위 참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나.

A.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과 사회적 대화를 연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알고 있다. 회의 불참도 ‘전면 불참’이 아닌 ‘일시적인 불참’이다. 노란봉투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상한 법이다. (고용) 계약이라는 것은 계약당사자간 맺은 것인데 계약당사자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업체 등)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나. 그러면 계약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부진정연대채무 등 민법의 대원칙에도 반한다. 만약 노동조합 소속 노조원 100명이 100억의 손해를 끼쳤다면 100명 모두가 100억을 물어낼 책임이 있다. 이게 민법의 기본원리다. (불법 행위로) 손해를 본 사람은 100억원을 누구로부터도 받아낼 수 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판사가 손해를 끼친 100명 한사람 한사람이 100억원 손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 판결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인데 이러면 사실상 손해배상이 성립될 수 없다. 민법상 연대책임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은 법 체계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법을 아는 사람이 봤을 때는 노조에 특권 지위를 주자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불법을 조장하거나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Q. 핵심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사용자 개념과 범위)와 3조(책임 범위)다. 위원장님의 입장은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인가. (지난 8일 국회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처리와 관련해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을 했으나 부결됐다.)

A. 현행 노조법이 지금 있지 않나. 노조법이든 어느 법이든 계약을 맺은 사람이 계약을 책임져야지 계약을 안 맺은 사람도 책임을 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만약 현대자동차가 특정 회사랑 차량 의자를 납품하게 됐다고 했는데, 납품업체 근로자가 현대차 사장을 상대로 임금 인상하라고 싸움을 하면 그게 성립이 되지 않지 않나. 그런데 이 법은 그게 되도록 했으니깐 그건 안 된다. (고용) 계약을 맺지 않은 사람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면 계약의 효력 자체가 없는 거다.

거꾸로 물어보겠다. 쌍용차 파업 사태 때부터 (노란봉투법 논란이) 시작됐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 5년 동안 시간에는 (현재 야당이) 왜 (통과를) 안 했느냐. 의석도 180석이 넘는데 왜 그 때 했으면 됐지 안 했느냐. 법이 안 되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도 변호사지 않나. 어느 법률가도 법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건 내 이야기만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계약을 맺지 않은 사람(기업)이 (계약을 맺은 사람과) 똑같이 책임을 진다는 법률이 있나.

Q.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노조와 대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위원장 임명 뒤 노조와 스킨십을 해보니 실제로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이력이 도움이 되던가.

A. 서로 사정을 아니깐 (스킨십이) 잘 되는 점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잘 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오히려 잘 안 되는 점도 있을 수 있다. 기자 출신이 무조건 대변인으로 역할을 잘 한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히려 약간 지장이 있는 점도 있지 않겠느냐.

Q. 과거 위원장이 노동운동을 할 당시와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노동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변화도 있었을 거 같다. 실제로 그런 변화가 느껴지나.

A. 우리가 (노동운동을) 할 때는 유신 시절, 5공 시절 그때다. 그때는 기본적인 인권 보장도 안 되는 시절이었다. ‘노동 3권’에 단결권 정도는 보장이 됐죠. 그런데 5공 들어서서는 단결권도 노조 만들면 때려 버리니깐. 그런데 지금은 노조 만드는 거 방해하거나 못하게 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교섭도 하자면 거의 된다고 봐야죠. 단체교섭권도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가능하다. 지금은 합법적 노동운동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헌법에 ‘노동 3권 보장’한다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안 됐다. 그때는 임금인상이 (문제가) 아니고 아예 임금이 체불이 되는 상황이었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는 3년 동안 월급이 제때 나온 날이 두세 번도 안됐다. 매달 안 나오고 (회사가 월급을) 주면 그날이 월급날이었다. 월급만 제때 주면 좋겠다는 게 노조를 만드는 이유였다.

Q. 노동 여건이 좋아진 상황에서 노동운동이나 노동운동가들의 활동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A. 옛날에는 사람은 흔하고 일자리는 귀할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귀하지 않나. (그래서) 외국 근로자도 받고 있지 않나. 사람이 없어요. (노동할) 사람이 귀하니깐 사람 대접을 해준다고 봐야지. 전에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깐 사람 대접을 못 받을 때였다. 그때는 노동운동은 ‘사람답고 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생존권 문제였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그런데 지금은 다르지 않나. ‘노란봉투법을 지켜라’처럼….

Q. 현재 노동운동 진영이 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제일 문제는 노조가 있는 사람(노조원)이 14%이고, 노조가 없는 사람이 86%라는 점이다. 노조 있는 사람은 잘 나가는거지. 그렇지 않나. (노조가 있는) 공기업, 대기업 (노동자는) 잘 나가는 거지. 노조가 없는 사람들은 영세, 하청, 중소기업,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이런 사람들이다. (노조가 없는 사람은) 죽을 지경이지. 이게 너무 차이가 크고 이걸 뚫고 정규직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적다. 임금 격차의 이중구조가 너무나 심한 거다. 이런 노동자들은 정말로 노조가 필요한데, 노조원도 안 되고. 정부가 이걸 보완하기 위해서 법을 만들고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86% 사람도 해야 하는데 이거 하려면 14%가 양보를 안 하면 안 된다. 지금 우리 현대자동차는 (근로자) 임금이 일본 도요타보다 20% 정도 많다. 공무원도 우리나라 공무원보다 일본이 10% 이상 봉급이 많다. 이걸 맞춰줘야 한다. 하청업체는 (급여를 제대로 줄) 형편이 없다. 요 밑에 사람은 줘야 되요. (대기업이든 하청이든) 다 동일하게 (임금이) 올라가 버리면, 예를 들어 현대차 주는 만큼 하청도 다 주자고 하면 문 닫아야 한다. 간단하지만 (대기업 임금을 올리는 폭을 줄이는) 그 외에는 답이 없다.

■ “‘연대 임금’ 하청업체 사람들도 일할만 하게 하자는 거”

Q. 대기업처럼 규모가 큰 회사 노조가 임금 규모를 줄이고 그것을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이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A. (현재로선)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는 ‘연대 임금’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하청 협력사인) 1차 벤더(vendor)는 3%, 2차 벤더는 5%, 3차 벤더는 7% 이렇게 밑으로 갈수록 두텁게 주고 (대기업 노조) 자기들은 안 올리거나 1% 정도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서서히 임금 수준을 맞춰 가겠다는 거다. 그걸 10개년이든 20개년 계획을 세워서,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하청업체) 사람들도 (회사를) 다닐 만하게 하자는 거다.

지금 현대차 들어가면 완전히 로또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죠. (경제적) 취약계층은 노조도 없고 올려달라고 주장할 단결도, 투쟁도 못하고 있다. 사회가 주목도 안 한다. 우리 사회에 굉장히 큰 문제가 거기에 있다.

Q. ‘취약계층에 노조가 없다’는 말씀을 했는데…. 그런데 과거 한 사업장을 방문해 ‘노조가 없어 좋아 보인다’는 취지의 말씀을 해 구설을 산 적이 있다.

A. 광주 글로벌 모터스 방문 때였다. (내가) ‘노조가 없어서 좋다’라고 한 게 아니라 광주 글로벌 모터스는 직원이 600명이 넘는데 평균 연령은 28세다. 굉장히 획기적인데 연봉 3800만원이다. (거기에 비하면) 현대차는 1억600만원. (글로벌 모터스) 거기는 노조가 없다. 노사협의회는 있지만 광주시와 지역 노총, 회사 직장협의회하고 사장하고 같이 계속 대화를 하는 거다. 그래서 광주시는 주택을 (근로자에게) 우선 분양해주든지 다른 복지를 더 준다든지 하고 있다. 노조는 내가 없앤 것도 아니다. 광주시가 현대차에 투자를 유치하겠다면서 ‘노조는 안 하겠다’고 유치를 한 것이다. 노조한다는데 현대차가 왜 광주를 가겠나.

Q. 발언을 곡해했다는 것인가.

A. (그 발언은) 두어줄, 몇 줄도 안 됐다. 곡해가 아니라 그걸 짚어서는 (나에게) 시비를 건 것이지.

김문수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사노위 제공

Q. 플랫폼 노동자 이야기를 앞에서 하셨다. 경사노위 활동 중에 특색있고 의미 있게 본 것이 대리운전기사 관련 이벤트였다.(경사노위는 지난 10월 대리운전기사 경청 콘서트를 진행했다.)

A. 우리는 (플랫폼 노동자 문제 해결을) 계속하고 있죠. 금융감독원이든 기관을 만나서 계속 (문제 해결을 위해) 끝장을 볼 생각이다. 이런 문제는 노조가 해결을 안하니깐. 대리운전 이런 거에는 노조가 관심이 없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거는 계속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한 상황이지만 노동계의 한 축에는 민주노총이라는 조직도 있다. 벌써 20여년이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이제는 끌어안을 때가 되지 않았나.

A. 우리가 안 끌어안는 게 아니라 안기지 않는 거다.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 때든, 문재인 대통령 때는 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나. 자빠지면서까지 끌어안으면 우리 모두가 다치는 거다. 안 끌어안는다는 표현은 부정확한 거다.

Q. 65세 정년연장 시행시기와 관련한 논란도 계속 있다.

A. 정년연장이라는 것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여기에 해당된 이야기다. 아니 식당에 무슨 정년이 있나. 미용실에 무슨 정년이 있나. 없다. 사람(근로자를) 못 구하는데는 정년도 없고 누구나 웰컴(환영)한다. 베트남 노동자든, 탈북자도 모두 오라는 거지. 정년 이야기 나오는 건 대기업이나 공무원, 공기업이지. 그런데 예를 들어 65세로 정년연장하다고 하면 밑에 있는 20세, 18세 젊은이들은 (큰 회사에) 못 들어가는 거 아니냐. (젊은) 사람을 안 뽑을 거다. 자동차업계에 전기차 때문에 자꾸 근로자가 줄어든다는데, 자동차 고등학교 졸업한 공고 졸업생들은 앞으로 5년 이상 더 굶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은행도 정년연장 지금 65세다. 여상 나온 젊은 여성은 신입행원이 되려고 기다리는 사람은 못 들어가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

■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은 다른 의미”

Q. 중장년층도 일자리도 필요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정년연장과 연결이 되는 거 같다.

A. 우리나라는 세상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 가장 많이 일하는 곳이다. 일 안하면 못 사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비실에서도 일하고 쓰레기도 줍고 뭘 해도 해야지. 그러니깐 일 안 하는 게 아니다. 계속고용이 되는거다. 정년이 없는 중소기업 같은 곳은 70이든 80이든 일 하라고 해도 못한다. 힘이 드니깐…. 정년연장이 안 되면 나이든 사람이 일하지 못하는 거 아니다. 나이든 사람들이 (정년으로) 나가지도 않고 연장을 하면 젊은 사람들 들어갈 데가 없죠. 계속고용이라는 것과 정년연장은 다른 거다.

Q. 내년이면 윤석열 정부도 3년차를 맞는다. 지금까지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해보신다면…

A. 지지율 보면 다 나오지 않나. 그런데 ‘노동개혁’과 관련해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 가장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87년 민주화 이후에 법치가 무너졌다. 경찰이 그냥 노조원들한테 파이프로 맞아서 입원을 하고 그래도 (감옥에) 안 들어가고 그냥 두들겨 맞지 않았나. 노조는 ‘치외법권’처럼 불법을 해도 괜찮은 것처럼 됐다. 그런데 지금은 노조도 그렇고 사장도 그렇고 ‘법은 지켜라’는 그거다. 검사 출신이니깐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니깐 ‘법은 지켜라’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방치하면 국가가 아니다’는 게 확고한 거다. 법치를 지금 실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거는 (영국 전 총리인) 대처나 (미국 전 대통령) 레이건보다 더 법치를 세우는 데는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법치를 세운 나라는 없다.

Q. 한때 논란이 됐지만 노조의 회계장부 공시제도가 안착화되고 있는 거 같다.

A. (회계장부 공시 제도는) 노조가 또 협조한 점도 크다.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가 회계장부 공시를 하면 15% 공제를 해준다. 그러니 왜 회계공시를 안 하느냐고 오히려 (노조가) 난리다. 부정하게 안 쓰면 공시를 해야지. 실제로 부정하게 쓸 것도 없지 않나. 요즘 어느 세상인데…. 노조가 안 할 이유가 없다.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다 회계장부 공시하지 않나. 15% 연말 세액공제 혜택을 해준 거는 굉장히 합리적으로 서로 잘 됐다고 본다. 노조가 손해를 본 것도 없고 국민도 좋고 다 좋은 거지. 그건 아주 노동조합이 아주 잘 했다. 노조든 대통령이든 양쪽이 다 ‘윈-윈(win-win)’한 것이다.

Q. 법치라고 말씀했지만, 다른 편에서는 현 정부가 강경한 모드로 나간다는 점에서 비판한다.

A. 법치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아주 강경하다. 그런데 노조가 법을 지키는 데 무슨 손해를 보나. (노조가 법을 지키면) 회사도 좋고, 노조도 좋고, 경찰도 시민도 좋고, 다 좋지 않나. 법치를 지킨다고 해서 누가 손해냐.

Q. 법치든 강경 모드이든 정부가 그런 입장이면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야 할 상황에서 부담스럽지 않나.

A. 우리는 (법치로 하는 게) 더 좋다. 법대로 다하고 법에 없는 거, 예를 들면 정년을 그러면 어떻게 연장을 좀하자. 이거는 현행법에는 없다. 그 다음에 지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이거는 근로기준법 못 지키는 게 많이 있을 거 거든요. 그 사람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 그렇게 논의할 게 많이 있다.

Q. 노조측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사용자측에는 하실 말씀이 없나.

A. 사측이야 여기(경사노위) 와도 시간 낭비로 생각하겠죠. 골치만 아프고…. 이거 안 열려도 회사는 아무 답답할 게 없다. 그런데 노조위원장은 길거리에서 서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시위하는 것보다는 여기 와서 이야기하는 게 더 잘 먹힌다.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유인물을 돌린다고 해서 쳐다보는가. 여기가 제일 좋은 자리다. 정책에 반영도 되고…. 그런데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우리는 강제력이 없는 기구다. 결국은 노총을 위한, 노총에 의한, 노총의 경사노위다. 노총이 (여기를) 싫다고 하는데 안타까워서 ‘왜 여기를 안 오시냐’고 권할 뿐이다.

Q. 사회적 대화가 원활히 되기 위해서는 대화의 주체들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A. 내가 아는 일부 사측도 답답하다. 노(勞)든 사(使)든 서로 앉아서 대화를 하면 고민이 비슷비슷하다. 결국은 사도 노가 회사의 일을 중시하고 정직하게 잘 해주길 바라면서 자신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과 같다고 생각해주길 기대한다. 노도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직장이 잘 되고 자신에게 잘해주길 바란다. 회사 문을 닫으면 힘들다는 거 잘 알지 않나.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거다. 같이 의지하고 나눠 이야기를 좁혀 나가도록 협력하면 될 것이다.

Q.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경사노위 본회의는 언제쯤 열릴 것으로 보나.

A. 지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본회의가 열린다는 거는 공식 본회의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는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 의제를 설정해야 하고, 사용자든 노조든 정부든 의제를 갖고 와서 그걸 조정하고 난 뒤 본회의를 열어야 하니깐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Q. 현재는 경사노위 위원장이지만 여전히 ‘정치인 김문수’로 각인이 많이 돼 있다.

A. 정치인 맞다. 정치인이니깐 여기 앉아 있는 거다.

Q. ‘정치 원로’이시기도 한데, 요즘 정치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A. 국민이 볼 때 답답한 정치 아닌가. 그게 문제다. 대화와 타협이 정치의 기본인데 그게 안 되지 않나.

Q. 임기 중에 꼭 하고 싶은 과제가 있으신가. 인터뷰를 해보니 산업구조 재편에 따라 미래 어젠더(agenda)를 만들거나 제안하고 싶다는 바람이 느껴졌다.

A. AI(인공지능)이든 로봇이든 이런 거보다 더 급한 문제가 우리 젊은이들이 더 이상 결혼을 안하고, 애를 낳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 3분기 출산율이 0.7명이고, 4분기 때는 0.6명대로 더 떨어진다는 예상이 나온다. 장기침체로 ‘잃어버린 30년’을 이야기하던 일본이 1.2라는 데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진짜 심각하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못 느끼는 것 같다.

■ “사람이 없으면 AI, 로봇 나와도 대체할 수 없어”

김문수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사노위 제공

Q.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도 노사정이 앞으로 우리 미래에 닥칠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공동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다.

A. 제일 큰 문제다.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적으로 이미 늦었다는 거다. 이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는 거다. 전 세계 역사상 (출산율이) 이래 낮은 경우가 없지 않나. 떨어지는데 회복도 안 된다. 돈 주고 아무리해도 (결혼을, 출산을 하라고 해도) 안 된다는 거다.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우리 사회 병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내 조카는 나보고 “작은 아버지가 집 사줄 겁니까” 그렇게 말하더라. 그런데 우리 노사관계도 결국은 인간이 하는 거 아닌가. 노동이라는 거는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가장 왕성하고 창조적인 행위다. 그러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애를 낳지 않고 다 죽는데 창조가 어디 있고, 사람이 어디 있어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노동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창조인데. 사람이 안 생기는데 어떻게 창조를 하고 노동을 하나. 노동운동도 사람이 하는 것이지 않나. 사람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기계든, 로봇이든, AI든, 쳇-GPT이가 나와도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Q. 노동의 가치에 대한 말씀이 인상적이다.

A. 사람이 노동이다. AI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람은 수단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신성하고 신성한 사람이 자기 삶을 발현하는 것이 노동 아닌가. 자아를 실현하며 창조하는 게 노동인데 얼마나 신성한가. 사람이 없어지고 개와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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