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둔·고립청년, 마음의 벽 깨고 세상으로…‘꿈이 생겼다’
신청 1119명 중 557명 참여
가상회사·인턴십·야구단 등
각자 정한 활동으로 ‘새 일상’
참여 후 고립감 22% 감소
126명 3개월 내 진로 정해
계속된 임용고시 낙방에 우울감이 커진 조모씨(27)는 3평 남짓한 자신의 원룸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사람 만나기를 꺼린 채 8개월이 흘렀다. 그러다 우연히 고립청년들과의 소모임을 알게 됐고 집단상담에 참여한 후 일상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은둔하는 기간 빠졌던 체중이 7㎏가 늘면서 건강도 회복 중이다.
3년간 고시원과 PC방을 오가며 지내온 용모씨(29)는 20대 초반부터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살았다. 8년을 고립돼 생활하다 지역 교회를 통해 청년들의 공동 숙소를 찾았다.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며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익혔다. 요가와 야구단에도 참가하면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있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청년들을 위해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서울에 사는 19~39세 청년 중 약 13만명이 고립·은둔 상태로 추정된다. 올 초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고립 위험도에 따라 각종 심리·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해 청년들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돕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8개월이 지난 현재 청년들의 고립감은 평균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서울시가 지원사업을 시작한 후 총 1119명이 프로그램에 신청해 557명이 실제 참여했다. 고립은 물리적·정서적으로 관계망이 단절됐거나 외로움 등을 이유로 타인과 교류가 없는 상태다. 은둔은 집 안에서만 지내며 6개월 이상 사회와 교류하지 않거나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는 경우다.
참여자들은 개인 관리나 조직력 적응, 가상회사·인턴십·농촌체험, 야구단·마라톤 등 각자 상황에 맞춰 활동 영역을 정했다. 이후 참여 청년들의 평균 고립도는 67.7점에서 52.8점으로 낮아졌다. ‘위험군’(59~75점) 수준에서 ‘저위험군’(44~58점)으로 개선된 것이다. 특히 우울감(23.7점→14.5점)과 사회적 지지(17.6점→21.6점) 등 심리적 개선 효과가 20%를 웃돌며 가장 컸다. 이에 자기효능감(23.4점→27.8점)도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사람과 교류하는 일상을 경험한 후 3개월 이내 진로 변경을 결정하거나 자립한 청년도 126명이었다. 취업(48명)을 하거나 아르바이트(46명)를 구하고, 진학(14명)하거나 자격증 취득(9명)을 한 것이다. 구직활동을 시작(8명)하고, 자영업(1명)에 도전해 자립한 경우도 있다.
서울시는 올해 첫 지원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2~3년간 청년들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전담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전문 민간위탁으로 사례·사후 관리를 통해 고립 장기화를 방지하려는 취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명이라도 더 사회에 나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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