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펜 맛' 매서운 초등생 기자들…어린이 편집국의 '어쩌다 특종'
한 시골 마을의 초등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이 있습니다. 애들이 만드는 신문이라고 마냥 귀엽게만 보면 안 되는 게 작년엔 기성 언론도 따라 보도하는 큰 특종까지 할 정도로 기획부터 취재까지 어엿한 언론사 못지 않다고 하는데요.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북 괴산의 대야산입니다.
이곳은 1980년대부터 10년간 산속에서 돌을 캐던 사업장입니다.
이후 20년째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기자가 이곳을 현장 취재한 뒤 백두대간 환경파괴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저도 잘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 기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손에 펜을, 다른 한 손엔 수첩을 들었습니다.
이번 특종을 보도한 박주원 기자입니다.
초등학생이지만 벌써 사회부 2년차입니다.
교실에서 동료 기자들과 함께 편집 회의도 합니다.
[유담/초등학교 5학년 (2년 차 기자) : 5면과 6면에 탐방 기사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인터뷰 내용이 워낙 길어서…]
현장 취재가 원칙입니다.
오늘은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주민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혜인/초등학교 6학년 (3년 차 기자) : 텃밭과 정원을 가꾸면서 가장 비싸게 산 식물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보도한 채석장도 다시 찾았습니다.
뭐가 바뀌었는지까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혜인/초등학교 6학년 (3년 차 기자) : 올라갈 수 없어? 불이익? 여기 CCTV 있다는데. 우리 벌 받는 거 아니야?]
주변 탐문도 필수입니다.
마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이장님은 특급 정보원입니다.
[김용달/마을 이장 : 환경과 관련한 취재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고맙고 기특한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발로 뛰어 특종이 나옵니다.
[정덕모/송면초등학교 교감 : {교감 선생님은 현장을 모르셨어요?} 그냥 멀리 보면서 저긴 어떤 곳일까 이것만 생각했고. 아이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하고. 어떻게 하면 환경을 되살릴까…]
신문의 편집국장은 학부모입니다.
[박성수/학부모 (편집국장) : 자기 주변의 이야기들. 거기서부터 시작하게 하고. 그것이 공적인 공간에 한 번 이렇게 발화되는 것.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신문 이름을 '어쩌다 특종'이라고 지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본 세상은 전부 빈틈없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왜 기자가 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박주원/초등학교 6학년 (2년 차 기자) : 제가 생각하는 숲은 나무들로 꽉 차있는… (그런데 산속에) 돌도 엄청 많고. 뭔가 자연환경이 파괴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박지담/초등학교 6학년 (2년 차 기자) : 저기 위에 산불감시초소가 있어요. {산불감시초소가 왜 중요할까요?} 불이 나면 빨리 대처를 해야 하는데 마을에선 잘 안 보이는 곳이 있잖아요.]
[이손유/초등학교 5학년 (수습기자) : (어른들이) 안 지키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운전하면서 휴대전화 보는 것. {그런 장면들을 포착한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 메모장 펼치고 볼펜 꺼내서…]
[유담/초등학교 5학년 (2년 차 기자) : (기자는) 답을 찾는 사람인 것 같아요. {왜 답을 찾아야 해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사회가 조금 더 좋게 바뀌어야 하니까.]
궁금한 건 묻는다. 잘못된 건 고친다.
어린이 기자들이 신문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어른들의 세상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 일일지 모릅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취재지원 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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