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김건희 특검법’ 진퇴양난
윤 대통령 거부권 땐 ‘방탄’ 비판 돌아와…여론도 ‘반대’ 우세
국회 재투표 땐 이탈표 불안…이래도 저래도 ‘대형 악재’ 곤혹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큰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검사 수사를 받으면 총선 때 매일 수사 상황이 중계되고, 이를 피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방탄’ 비판에 휩싸이게 된다. 국민 여론도 ‘20(긍정) 대 70(부정)’으로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시작한 12월 임시국회 중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야당들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 28일에는 자동으로 본회의 표결 안건으로 상정되기 때문에 본회의가 열리는 이상 국민의힘이 막을 방법은 없다.
김 여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관여했는지 수사한다. 특검이 수사하다보면 최근 불거진 명품백 수수 의혹도 추가될 수 있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은 윤 대통령을 향할 수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검찰에서 수사했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의 돈이 대장동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한다. 쌍특검의 특검 2명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천하게 돼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내년 1월 말 특검이 출범해 2월 중순에 수사를 시작한다. 70일(30일 연장 가능) 동안 수사를 하기 때문에 총선(4월10일)이 지나야 수사가 끝난다. 총선 직전에 김 여사 등 관련자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권에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검이 매일매일 수사 상황을 브리핑한다. 그러면 특검 가지고 총선하는 것”이라며 “절대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 악화다. 올해 국민의힘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방탄’ 비판이 그대로 윤 대통령에게 돌아오게 된다. 윤 대통령 부부 문제가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에 사법 리스크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특검에 대한 거부권은 기존 노란봉투법·방송3법 등과 다르게 대통령의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33명을 대상으로 100% 무선전화 인터뷰로 실시한 조사(응답률 10.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쳤고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거부권 행사 후 이뤄질 재투표도 불안 요소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재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조건인데, 비밀투표다 보니 국민의힘 의원 중 20명 정도만 돌아서도 의결이 된다.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개인의 소신, 공천관리위원회의 현역 의원 컷오프, ‘이준석 신당’ 출현 등 변수가 여당 의원들을 흔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현역 의원의 특검 반대표가 필요한 윤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 체제를 바꾸지 못하고, 자기 사람 공천을 위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탈락)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당 총선의 새로운 얼굴로 등장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입장에서도 특검은 난감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거듭 “김건희 특검에 대해 한 장관이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본인 정치에) 플러스가 될 수도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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