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동국대 교수 “초등학생부터 체계적 인파 사고 교육해야” [차 한잔 나누며]

정지혜 입력 2023. 12. 11. 20:53 수정 2023. 12. 1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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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매뉴얼 자문’
이태원 압사 참사 사회에 경종
“지자체 일부선 조례 개정 나서
짧은 시간 굉장히 많은 성과내
주최 누구이든 안전교육 필수
국가·경찰, 안전에 적극개입을”

“세월호 참사 이후에 생존 수영 교육이 의무화됐죠. 인파 사고 관련해서도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0여명이 희생된 ‘10·29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김연수 동국대 교수(융합보안학과)의 지난 1년여 시간은 꽤나 바쁘게 흘러갔다. 참사 직후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경찰청의 인파 관리 매뉴얼 자문을 맡았고,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 과제를 여러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인파·안전 대응 체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연수 동국대 교수(융합보안학과)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동국대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인파 안전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난해 말 이태원에서 겪은 참상은 한국 사회에 분명 경종을 울렸다. 참사 이후 대규모 인파 사고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생겼고, 지하철역이나 사람이 몰리는 행사장에 안전요원이 크게 늘어나는 등 대비 태세가 갖춰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의 경우 분기별로 각 구에서 열리는 행사의 위험 요소를 판단해 자치경찰위원회가 관할 경찰서에 지원 요청을 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그동안 못했던 것을 정리한 측면이 있고 짧은 기간에 굉장히 많은 성과를 낸 건 사실”이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부에선 조례 개정을 통해 주최자 없는 행사를 관리할 수 있도록 먼저 근거를 만드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던 ‘인파 관리 매뉴얼 개정’이 참사 발생 1년이 지나도록 완성되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주최자 없는 지역 축제의 안전관리 의무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장시간 계류되면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개정안은 김 교수와의 인터뷰 이틀 뒤인 8일에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김연수 동국대 교수(융합보안학과)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동국대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인파 안전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연구자로서 김 교수가 가장 중점적으로 정책 제안을 하는 분야는 안전관리 교육이다. 김 교수는 “책임이 지자체에 있느냐, 행사 주최자에 있느냐보다 중요한 건 관리자가 누구든 행사의 안전 위험 요소를 체크하고 대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실무자에게 이를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교육 과정, 매뉴얼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언적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행사의 성격과 시간대, 참여자 등을 모두 고려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위험 요소를 파악해야 하는지 교육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행사를 기획할 경우 행사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고 참여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행사 기획 단체 등과 계약을 맺을 때 예산의 몇 퍼센트 이상은 안전에 활용하도록 한다든지 행사 실무 책임자는 안전 교육을 반드시 이수하게 한다든지 하는 내용을 넣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파 사고 관련 교육을 하는 것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체험장에 꼭 가지 않더라도 신문지 하나만 있어도 이 면적에 몇 명이 있을 수 있는지 들어와 보라며 모아놓는 교육을 할 수 있다”며 “일정 인원 이상이 들어오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그때는 손을 이렇게 하고 최대한 벽으로 붙지 말고 다리에 힘을 주고 중심을 잡으며 멀리 보라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수 동국대 교수(융합보안학과)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동국대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인파 안전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송년회나 각종 행사가 늘어나는 연말연시를 맞아 점검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사람이 단순히 많이 모여서 사고가 나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갑자기 불이 나거나 정전이 되는 등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쏠려 나오면서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사의 주최자를 떠나 국가와 경찰이 국민 안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는 올 초 이태원 사고 현장에 갔다가 그가 시민 입장에서 경찰에 대해 느낀 아쉬움이 반영된 것이었다. 김 교수는 “참사 골목 쪽으로 잘못 들어와 차가 긁힌 시민이 있었는데, 그분에게 길 안내를 하는 것이 경찰이 아닌 자원봉사자였다”며 “경찰이 너무 위축되면 문제 상황에 개입해 주길 바라는 시민의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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