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줄폐원…원장도 학부모도 "안심하고 애 낳으라면서요"
인천에 있던 한 어린이집입니다. 이곳이 지난해 간판을 요양원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돌볼 아이들이 줄어들자 아예 업종을 노인들 돌보는 요양원이나 '노치원'으로 바꾸는 곳이 많은 거죠. 그런가 하면 부산에 있던 이 결혼식장은 장례식장으로 바뀐지 오래입니다. 아이는 부족하고 신혼부부는 줄어드는 반면, 고령층 산업은 수요가 늘면서 이렇게 산업 구조도 바뀌고 있는 겁니다.
오늘(11일), 신혼부부 통계가 나왔는데 이런 상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지난해 신혼부부 103만쌍,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이고 이대로면 올해 100만쌍도 못 채울 거란 관측입니다. 여기에 초혼 기준으로 자녀 없는 부부가 46.4%, 역시 역대 가장 높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줄면 어린이집이 문 닫고, 그럼 아이 맡길 곳이 부족해 육아 부담이 커져 아이 낳기를 꺼리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현장 상황을 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뛰어노는 아이들 때문에 한겨울에도 더웠다는 놀이방, 지금은 냉기가 돕니다.
[어린이집 원장 : 아이들이 꽉 찰 때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보일러를 많이 안 올려도 추운 것을 잘 못 느꼈는데 애들이 다 떠나고 아무도 없으니까…]
3층 짜리 어린이집인데, 한 층은 진작에 비워야 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 올 4월부터 텅텅 비어있었어요. 아예 2층을 다 비웠었어요. 인원이 급속도로 줄다 보니까.]
200명을 돌봐 왔던 대구의 이 어린이집, 3년 전부터 아이들이 빠르게 줄었습니다.
올해 신학기 원생은 35명 뿐이었습니다.
인건비나 유지비를 줄일 수는 없다보니 적자가 한 달에 수백만원 이상 쌓였습니다.
결국 지난달 30일 문을 닫았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 제가 있는 돈을 다 갖다 넣고 했는데도 해결점이 없어서.]
초저출산 여파로, 해마다 전국에서 2000개 넘는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적은 동네 민간, 소형 어린이집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은 지난 2018년 동마다 평균 14개씩 있던 어린이집이 지금은 10.5개로 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수가 줄었는데도 어린이집 입소는 힘들어졌습니다.
[맞벌이 영유아 엄마 : 출생신고를 하자마자 바로 어린이집 등록했는데 돌 지나서도 어린이집 등록이 안 돼서…]
집 근처 어린이집이 문을 닫다보니 더 먼 곳까지 찾아가야 합니다.
서울 광진구에서 0세, 2세 두 아이를 키우는 이 엄마도, 인근 어린이집이 일 년에 한 곳씩 문 닫는 걸 보고 불안했습니다.
아이가 어리지만 연락 오는 어디든 보내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야 일터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맞벌이 영유아 엄마 : 이유식도 떼고, (일반) 밥 먹을 때 보내고 싶었는데 (어린이집) 자리가 그때 가면 없을 거라고…]
어린이집이 줄고 아이 키우기가 힘들면 출산율은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 이제 전 사회적 요청입니다.
[영상디자인 유정배]
◆ 관련 기사
평균 연령 여든…등원부터 하원까지 하루 1만원대 '노치원' 북적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55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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