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란법 현실화? 국민은 식비 3만원이 여전히 비싸다

기자 2023. 12. 11. 20: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발언을 했다. 이후 11월16일 한덕수 국무총리도 김영란법으로 정한 3만원 식사비 규제를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고공행진하고 있는 외식물가에 맞춰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공무원의 식비를 인상하면 기업들의 식비와 접대비 등도 상승하고 전체적인 소비가 증가하는 경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6년 시행된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의 비리를 규제하는 강화된 반부패법이다.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직무 관련자로부터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본법을 어렵게 제정한 배경과 목적은 실종되고 외식물가 인상 등 단순한 경제논리 측면에서 법의 개정을 운운함에 우려를 표명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눈높이에선 여전히 식사비 3만원이 비싸다는 지적이다. 정책은 특정계층의 소비수준을 기준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과연 국민의 몇 퍼센트가 한 끼 3만원 이상의 식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행 7년 차인 김영란법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부정청탁, 금품수수와 같은 불공정 관행이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2년 국가별부패인식지수(CPI)가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2위였다. 여전히 중하위권 수준이다.

지난 9월 정부는 김영란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추석과 설 명절 선물의 상한액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했다. 개정의 배경은 민생 활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경제적 논리이며 깨끗하고 투명한 세상 만들기라는 본래의 취지는 실종됐다.

이에 비해 선진국 공직자 선물 수수 법규는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다. 미국은 1회 20달러(약 2만6400원)·연간 50달러(6만6000원)이고, 일본은 5000엔(4만5522원), 영국은 25∼30파운드(4만1413~4만9685원), 독일은 25유로(3만5531원)이다.

지난해 11월 ‘국민생각함’에서 국민 4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인식도 조사에서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91.2%로 압도적이었다. 이 법의 입법화 과정에서 다양한 기득권의 이해와 지엽적 문제가 상충되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깨끗한 선진사회 건설이라는 대의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입법화에 성공했다.

부분적인 내수경제 촉진을 위하여 공직기강을 와해한다는 것은 단언컨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것이다. 김영란법의 본질을 잊지 말자.

임한규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

임한규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