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현대인의 경제활동은 ‘이성’이 아닌 ‘기분’이 좌우한다
립스틱부터 쇼츠까지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경제 이야기
감정 경제학
조원경│페이지2북스│1만9800원│328쪽│11월 30일 발행
명품 매장 등 한정된 인기 상품을 파는 곳엔 개장 전부터 줄을 서기 위해 달려가는 ‘오픈 런’ 현상이 나타난다. 똑같이 커피를 파는 카페여도 상대적으로 커피값이 비싼 스타벅스에 유독 사람들이 북적인다. 각종 만화 캐릭터 굿즈는 ‘예쁜 쓰레기’로 불리지만, 현대인에게 불티나게 팔린다.
현대 경제학은 ‘모든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라는 명제 위에 발전해 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필요를 위한’ 소비가 아닌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한’ 소비 패턴이다. 이를 과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현대인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이성’보다 ‘감정’을 더 중시한다. 1929~33년 경제 대공황, 1990년 경기 침체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불황마다 립스틱 판매가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가 어려워져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오면, 선뜻 값비싼 옷을 사기 망설여진다. 이때 크게 부담되지 않는 3만~4만원의 명품 립스틱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큰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후반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욜로(YOLO) 열풍이 불었던 시대다. ‘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이다)’의 앞 글자를 딴 욜로는 미래를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욜로 현상은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젊은 현대인이 날로 값이 치솟는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현재의 명품 소비에 치중하게 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1인당 명품 소비가 2022년 미국,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역시 전통 경제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개인이 합리적이라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
감정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비뿐만이 아니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고(故) 게리 베커는 범죄행위가 비용과 편익에 기반을 둔 합리적 경제 행위의 일종이라고 봤다. 범죄행위를 통해 얻는 이득이 발각될 가능성과 체포 후 예상되는 형량보다 높다면 범죄를 저지른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베커는 수사력을 강화해 발각 가능성을 키우고, 더 강한 처벌로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체포될 가능성 없이 이익을 얻을 수 있어도 꼭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도덕·윤리라는 사회적 규범을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저자는 이처럼 우리의 일상과 감정, 경제가 교차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과거 사례뿐 아니라 최근 발생한 사회적 이슈까지 다루며 현대 자본주의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게으름은 잔디 깎는 로봇, 드론 배달, 인공지능(AI) 등의 개발로 이어지며 일상의 혁신을 촉진했다. AI는 인간이 지루하게 느끼는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했고, 인간은 단순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편리한 기술로 게으른 삶을 즐기는 행위가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은 이제 보편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보람이 없거나 즐겁지 않은 활동을 피하는 것은 ‘합리적 게으름’으로 불리며, 공상과 상상력을 부추기는 일로 재평가받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일과 중 가만히 앉아 공상하는 시간을 갖는 이유다. 이 책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제 현상에서 감정과 경제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자본주의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의 역사와 세계 반도체 전쟁의 모든 것
반도체 오디세이
이승우│위너스북│2만5000원│436쪽│11월 5일 발행
반도체라는 작은 칩이 탄생하기까지 인류는 어떤 궤적을 그려왔을까. 또 기술이 발달하는 가운데 어떤 인물들이 반도체 역사를 써왔을까. 미국의 반도체 전략과 일본·중국과의 관계 변화, 그 속에서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해 온 과정 등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정세를 담았다. 현재의 화두인 AI 기술을 포함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과학으로 읽는 펜타닐의 탄생과 마약의 미래
대마약시대
백승만│히포크라테스│1만8000원│296쪽│11월 10일 발행
대마약시대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마약 복용 사건이 수개월마다 이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도 마약과 멀지 않다. 다크웹과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한 마약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2021년에만 7만601명이 합성 마약 남용으로 사망했다. 이 책은 펜타닐 사태의 맥락을 상세히 풀어낸다.
이승현의 세상도발‘최강 소니TV’ 꺾은
집념의 샐러리맨
이승현│꽁치북스│1만6000원│272쪽│11월 8일 발행
전자 강국 일본에서 소니TV보다 20~30년 뒤진 후발 주자였음에도 삼성TV가 소니를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 주역의 일원이었던 저자는 ‘거짓말하지 않는 것’ ‘자기가 책임져야 할 몫을 인정하는 것’ ‘역사·스포츠·종교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 것’ 등 세 가지로 이를 설명한다. 일본에서 삼성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겪은 일본 비즈니스 세계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글로벌 ESG 혁신에 대한 방향성 제시
ESG컨설팅
한광식, 박종철, 이종현│ 이프레스│2만2000원│348쪽│ 11월 30일 발행
기후변화, 사회적 불평등 등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모두에 혁신이 요구된다. 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ESG컨설팅’의 역할이다. 산업, 학계 등에서 실무적으로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저자들이 경영·행정·평가·공시·금융·투자 등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소개한다.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
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정하늘│국제법질서연구소│ 2만6000원│656쪽│11월 20일 발행
긴급한 국제 뉴스가 쏟아지는 오늘날 국제정세를 읽는 문해력은 모든 이가 갖춰야 할 필수 소양이다. 복잡한 국제정세를 정확히 읽고 대응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국제질서를 이해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질서를 형성한 인류의 역사, 정치, 경제, 이념, 기술의 발전 등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국제질서의 변천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지금의 국제질서를 자세히 풀어낸다.
비판 세력에 재갈을 물리는 방법
침묵을 사다
(Buying Silence: How oligarchs, corporations and plutocrats use
the law to gag their critics)
데이비드 후퍼│바이트백 출판│29.99달러│370쪽│10월 31일 발행
조직범죄에 연관된 억만장자들은 명예훼손 소송으로 자신의 명성을 세탁하곤 한다. 이 책은 SLAPP(공공의 참여를 막는 전략적 봉쇄 소송) 사건을 중점으로 다룬다. 이 소송은 막대한 법적 비용 등으로 비평가들에게 부담을 줘, 이들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포기하게 만든다. 베테랑 미디어 변호사인 저자는 부유한 사회적 강자가 돈의 힘으로 어떻게 비평가들을 억압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