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연패 탈출 현대캐피탈-KB손해보험, 남자부 중위권 판도에 위협될까
하위권팀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남자배구 순위표가 다시 혼전에 빠져들 수 있는 변수다. 2023~2024시즌 V리그 개막과 함께 최악의 스타트를 보인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이 연패를 끊으며 반등의 날개를 폈다.
최하위 KB손해보험은 12연패에서 탈출하자마자 2연승했다. 지난 10일 2위 대한항공과 원정경기를 잡으면서 시즌 첫 연승으로 흐름을 이어갔다. ‘주포’ 링컨 윌리엄스가 허리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한 디펜딩챔피언인 대한항공을 시즌 첫 3연패로 몰아 넣은 승리였다.
현대캐피탈도 앞선 9일 OK금융그룹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6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작성한 구단 최다 연패 타이기록(7연패)을 피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승점 13점(3승12패)을 쌓은 KB손해보험은 여전히 최하위다. 6위 현대캐피탈(승점 13점·3승11패)과는 승점이 같다. 5위 OK금융그룹(승점 22점)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두 팀 모두 하위권 전력은 아니라는 점에서 중위권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연패 기간 중 몇 경기의 경기력은 준수했다. 5세트 접전 끝에 잘 싸우고도 역전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황경민이 늑골 골절로 이탈하면서 안드레스 비예나로 집중된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불안요소가 커졌다.
KB손해보험은 연패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고 나서야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대한항공전에서는 먼저 첫 세트를 내준 뒤 2세트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은 끝에 듀스 승부를 만들었고, 29-29에서 승리한게 승부처였다. KB손해보험이 4라운드 복귀가 예상되는 황경민의 가세에 앞서 승수를 조금씩 만회한다면 중위권 판세도 흔들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5일 삼성화재와의 V클래식 매치에서 풀세트 끝에 아쉽게 진 현대캐피탈도 OK금융그룹전 승리로 한숨을 돌렸다. 다소 부진한 몇 시즌을 보낸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전력 누수가 없는 이번 시즌도 상위권 경쟁이 가능한 전력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주축 멤버들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슬럼프가 길어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허수봉이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고, 경기력이 떨어진 전광인은 주장직도 내려놨다.
현대캐피탈은 OK금융그룹전에서 김명관 세터가 나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 허수봉, 홍동선, 최민호 등에게 고른 볼 배급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두 팀의 다음 경기는 1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3라운드 맞대결이다. 자칫 연패 탈출을 위한 ‘외나무 다리’ 싸움이 될 뻔한 무대였는데, 이날 나란히 연승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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