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개발자 한명 쓸 돈이면 세명 써···중기·스타트업도 외주 합류

허진 기자 2023. 12. 11. 17: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T 오프쇼어링 확산]
◆ 동남아 개발자 찾는 기업들
천정부지 개발자 몸값 감당 못해
인력난도 심화···작년 1.4만명 부족
베트남 등 기량 급성장 장벽 낮춰
국내인력, 기획·설계 역량 키워야
[서울경제]

소프트웨어(SW) 개발·엔지니어링 전 영역에서 ‘오프쇼어링’이 확산하는 데는 정보기술(IT) 개발자 인건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파르게 상승한 때문이다. IT 개발자 연봉은 2020년 상반기 이후 반기마다 5% 안팎으로 올랐다. 기업들의 디지털전환(DX)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늘어나는 IT 개발자 수요를 공급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인력난도 여전하다. 특히 임금을 많이 주는 대기업으로 이직하려는 수요로 일자리 미스매치가 지속되면서 개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기업들도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정규직 채용보다는 프로젝트 위주의 인력 활용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국내 인력보다 해외 인력 활용을 늘리는 추세다. 언어·문화 차이와 기술 역량 격차가 있지만 만성적인 IT 개발자 인력난이 계속될 경우 해외 인력을 통한 개발 외주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흐름에 대비해 IT·SW 인력 양성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 인력의 경우 해외 개발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획·설계 등 핵심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IT 아웃소싱 흐름을 주도해온 대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외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껑충 뛴 개발자 임금이 경기 불황을 맞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IT 업종 중에서도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I 분야는 개발 과정은 물론 개발 이후 단계에도 적지 않은 고정 인력들이 다른 기업에 상주하는 방식 등을 통해 시스템을 유지·운영해야 하기에 인력 의존도가 높다. 국내 대표 SI 기업인 삼성SDS의 지난해 총비용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삼성SDS는 중국 서안, 베트남 하노이, 인도 구르가온에 위치한 글로벌개발센터(GDC)를 통해 아웃소싱 비중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LG CNS도 외주화 비중을 높여가는 것을 전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 I&C 관계자는 “베트남 업체와 인력을 확보해 GDC를 운영하고 있다”며 “초기 단계지만 현지 인력이 맡는 업무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상승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더 큰 부담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던 외주화 대열에 중소·스타트업들이 가세한 배경에도 인건비 부담에다 일자리 미스매칭에 따른 만성적인 인력난이 자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 중소 벤처기업 18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5.4%가 ‘SW 인력 채용·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가장 어려운 점으로 ‘필요 역량 갖춘 지원자 부족(74.3%)’과 ‘연봉 등 처우 수준에 대한 인식 차이(37.4%)’를 꼽았다. 응답 기업의 54.5%는 외국인 SW 인력 채용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선호하는 국가로 인도와 베트남 등을 꼽았다.

국내 개발자들과의 기술 격차가 현격하다는 인식과 달리 베트남과 캄보디아·몽골 등 해외 현지 개발자들의 기술 역량은 특정 영역에서부터 국내와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올해 6월 IT 채용 회사 ‘디스턴트잡’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인도 개발자 실력은 세계 10위였으며 2016년 해커랭크가 발표한 자료에서 베트남 개발 실력은 한국보다 한 계단 밑인 23위였다. 언어·문화 차이가 있지만 이 역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요소이며 오히려 가성비(투자 대비 효용)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보편화한 비대면 업무 문화도 아웃소싱 장벽을 낮추고 있다. 제임스 리 소타텍코리아 대표는 “시차 문제는 시간을 조정하는 식으로 점차 극복해나가고 있고 베트남에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개발자들이 점점 많아져 양국 개발자들의 시너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IT 개발자 부족 현상이 해가 갈수록 심화하는 것도 오프쇼어링 현상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연간 4976명의 개발자가 부족했지만 지난해는 1만 4514명이 부족했다. 올해 초부터 생성형 AI 기술에 따라 업계가 재편되면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인력 부족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개발 전 영역에서 해외 개발자들을 활용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가 교육 프로그램을 거친 인력 한 명을 고용할 비용으로 외국인 개발자 세 명을 쓰는 게 기업 입장에서 더 효율적”이라며 “일부에서는 프론트엔드 같은 부분부터 시작해 조만간 모든 영역에서 해외 개발자들이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SW 인력 양성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 IT 개발자들이 동남아시아 등 해외 개발자와의 업무·역량에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실권 웹케시글로벌 대표는 “20여 명의 캄보디아 인재가 현재 웹케시 부산IT센터에 파견됐고 이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러한 흐름에서 국내 개발자들은 상품의 핵심에 해당하는 설계, 기획, 핵심 개발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아웃소싱 확대 흐름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