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

2023. 12.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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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미란다는 유능한 여성 편집장이다.

하지만 영화 중반에 나오듯 그 역시 아내이자 엄마였으며 매 순간 일과 가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했던 한 명의 여성 근로자였다.

특히 골딘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장시간 노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소득 직종을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로 언급하며 이러한 직종에서 발생하는 여성 근로자의 불리함을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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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미란다는 유능한 여성 편집장이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특유의 용의주도함, 카리스마로 본인만의 커리어를 만들었으며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임과 동시에 까다로운 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중반에 나오듯 그 역시 아내이자 엄마였으며 매 순간 일과 가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했던 한 명의 여성 근로자였다. 물론 그는 가정보다는 일을 선택했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서 자신 있게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교수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관한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골딘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장시간 노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소득 직종을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로 언급하며 이러한 직종에서 발생하는 여성 근로자의 불리함을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퇴근 직전 예상치 못했던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발생하는 경우 여성 근로자들보다 비교적 가사에서 자유로운 남성 근로자들이 회사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응하기 쉽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성별 간 임금 격차를 만들게 되고, 일과 가정의 선택지에서 가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기업 내에서 점점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오랜 기간 조직에 몸담으며 여성으로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과거에는 여성 직원에 대한 차별을 문제시하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승진과 보상 그리고 직무에 있어서까지 성별에 따른 격차가 존재했다.

일례로 당시 은행에서는 여성 직원들에게는 여신 업무를 접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필자 역시 이미 상환되어 거래가 끝난 채권 서류들을 남몰래 뒤져가며 어렵게 여신 업무를 배웠던 기억이 있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여신은 은행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여신 업무의 경험과 성과가 은행원의 승진과 직결되었다는 점에서 여성 은행원들은 커리어 개발에 큰 불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오늘날에는 여성 직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업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여성 직원 비중이 높고 가정과 육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기도 하다.

수협은행도 출산 및 육아휴직, 유연 근무, 사내 어린이집 등의 다양한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여성 직원들이 책임자와 지점장, 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은행의 전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며 일부 지역을 제외한다면 성별 간 교육 격차는 거의 없다. 바꾸어 말하면 전 세계 노동력의 절반은 여성이며,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가 필수인 기업의 특성상 여성 인재의 육성과 활용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한다면 분명 유리천장은 조금씩 깨지고 있다. 하지만 유리천장은 마치 빙판의 얼음낚시 구멍과 같아서 누군가 힘들게 뚫는다 하더라도 관심이 없다면 이내 다시 막혀 버린다. 우리 사회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물론 제도적인 지원, 일과 가정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강신숙 Sh수협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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