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저자들 '자중지란'…고려대 연구진실성委 등판한 까닭

김인한 기자 2023. 12.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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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배(L)·김지훈(K) 이름 땄던 LK-99, 김지훈 소장 최근 회사 나가
LK-99 연구 참여한 김현탁 교수는 권영완 교수 '연구윤리 의혹제기'
권 교수, 연구윤리 문제에 "명예에 큰 타격, 명예훼손 법적조치 고려"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R&D(연구·개발) 센터에서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위원회)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약 5개월 전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합성했다고 주장해 전 세계를 뒤흔든 연구진 간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L과 K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 성을 딸 정도였지만, 김지훈 소장이 최근 내분으로 회사를 나갔다. 또 LK-99 연구에 참여했던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연구교수는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연구윤리 문제를 범했다며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까지 나선 상황이다.

권영완 교수는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R&D(연구·개발) 센터에서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위원회) 조사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현탁 교수는 지난 7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권 교수가 LK-99 논문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연구윤리 부정을 저질렀다며 고려대에 조사를 요청했다. 고려대는 지난 8월30일부터 4차례 위원회를 거쳐 결과를 냈고, 권 교수는 이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결정문을 통해 '권 교수가 다른 저자 동의없이 무단으로 논문을 게재했다'는 의혹에 대해 "아카이브에 논문을 투고하기 전 공저자 2인(이석배·김지훈)으로부터 논문 발표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 '연구에 참여했던 저자 임성연·안수민·오근호를 동의없이 배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문에 대한 직접 기여도를 중심으로 3명을 저자에 포함시키지 않은 권 교수 행위는 연구윤리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LK-99 개발에 참여했던 이석배 대표도 위원회의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연구를 하면서 연구윤리 부분에 무단히 애를 쓰고 관련된 절차를 다 따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김현탁과 권영완 모두 욕심이 앞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국내 민간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연구팀이 개발했다고 밝힌 상온 초전도체 모습. 자석 위에 몸체 일부가 떠 있다. / 사진제공=퀀텀에너지연구소

"초전도체라고 믿지만 뜨는 효과 작다" "명예훼손 법적 조치 고려"
권 교수는 이날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대한 의견도 드러냈다. 그는 'LK-99라는 물질이 여전히 초전도체라고 믿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믿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LK-99는 뜨는 물질은 아니다"라면서 "마이스너 효과가 없는 게 아니고 매우 작다"고 했다.

마이스너 효과는 초전도체의 대표적 특징이다. 초전도체는 외부 자기장을 배척하는 '마이스너 효과'로 공중에 뜨고,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부산대, POSTECH(포항공과대) 등 국내 연구계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권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파악된 바로는 국내에서 제가 논문에 제시한 (LK-99) 실현 방법을 사용한 것 같은데, 실제로 정확한 구조를 합성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 물질(LK-99)에 대한 정확한 화학식도 알려드렸고 어떤 방식이나 원인으로 인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지도 제가 논문에 썼는데 그 부분까지 충분히 확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LK-99 연구에서 이석배 대표의 기여가 어느정도냐'는 질문에 대해 "LK-99 물질 합성에 성공한 건 김지훈 소장이고, 물질 특성이나 구조에 대한 해석은 제가 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지훈 소장과 (퀀텀에너지연구소)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김 소장이 출근 안 한 지 2년도 더 됐다"고 했다.

김현탁 교수와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LK-99에 대한 논문을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PL Materials에 등재 절차를 밟고 있는 데 대해선 "현재까지 논문 등재가 지연되는 것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면서도 "APL 머트리얼즈 편집장에 연구를 진짜 진행한 사람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매도하는 건 문제가 있는 일이라고 메일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현탁 교수가) 전 세계 언론에 (연구윤리 문제를) 얘기했기 때문에 저는 명예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가능하다면 (법적으로) 명예훼손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권텀에너지연구소 측은 이날 본지에 "LK-99를 권영완 교수와 김지훈 전 소장이 전적으로 연구개발했다는 주장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면서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초전도체 정의. / 사진=뉴스1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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