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 끊임없이 질문 던질 것"…모국 찾은 입양동포 고백
재외동포청 주최한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토크 콘서트서 공감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독일 여자아이가 되고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자라면서 내가 독일인인지 한국인인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내가 누구인지 앞으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거예요."
재외동포청이 입양 동포와 모국과의 유대감 형성과 동포 간 연대를 위해 마련한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가한 야스민 메이지스(49·독일) 씨는 1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라우마 치료 전문 심리치료사로 일하는 그는 한국을 싫어하는 양모 때문에 한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얻고자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약 80분간 진행된 토크 콘서트에는 메이지스 씨를 비롯해 제나 라누에(25·미국) 씨, 크리스티나 레비센(42·덴마크) 씨, 톰 에버스(54·스웨덴) 씨 등 4명이 패널로 참가해 그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속내를 전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라누에 씨는 10남매 중 6명이 한인 입양 동포인 가정에서 자라 국제 입양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유전자(DNA) 검사로 먼 친척인 사촌을 찾아 종종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
레비센 씨는 연구센터의 행정 책임자로 일하고 있으며, 언어와 문화 교류에 관심이 많아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에 암 진단을 받고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면서 자기 뿌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에버스 씨는 스웨덴의 한 IT 기업에서 영업 매니저로 일한다. 한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거부했지만, 두 딸을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딸들의 성원으로 DNA 검사를 했지만, 아직 친가족은 찾지 못했다.
이들은 한국에 대한 감정을 공통으로 '복잡하다'는 단어로 표현했다.
라누에 씨는 "한국을 찾게 된다는 생각에 흥분되긴 했지만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고, 에버스 씨는 "기대감도 있었고 호기심도 있었지만 실제로 한국으로부터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성장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모두 같았다.
메이지스 씨는 "양부모가 '너를 버린 한국을 왜 좋아하느냐'고 핀잔을 줘 언젠가부터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면서도 "딸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며 억압된 기억이 되살아나 뿌리 찾기 여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레비센 씨는 "어릴 때 이성 친구를 짝사랑하면 그의 이름을 수천 번 종이에 써보는 경험이 다들 있지 않나"라며 "제 한국 이름은 '송자영'이다. 입양 서류에 적힌 한글 이름을 여러 번 쓰면서 한국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친생부모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인지에 관해서는 다소 온도 차를 보였지만, 뿌리 찾기가 중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라누에 씨는 "본능적으로는 뿌리 찾기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서도 "내가 갑자기 등장해 친모 등 가족의 삶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레비센 씨는 "내 정체성을 알게 되면서 뿌리를 찾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됐다"며 "이 노력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탐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지스 씨는 "실질적으로 뿌리 찾기 여정을 시작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며 "양부모와 함께해야 할 부분도 있고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에버스 씨는 "친가족을 실제로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 이외에 참가자 여러 명이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입양 경험과 정체성에 관한 생각을 공유해 공감대를 끌어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온 하빌라 코빈 씨는 전날 친생부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코빈 씨는 "실망하고 싶지 않아 최대한 기대하지 않았다"며 "불안해서 밥도 못 먹었는데 꿈에 그리던 친가족을 만나 행복했다. 좋은 관계로 이어졌으며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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