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으로 기운 선거제… 이준석 웃고 조국은 운다?

이슬기 기자 2023. 12. 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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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병립형’으로 선출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거대 양당 기득권에 유리한 방식이어서 국민의힘은 물론, 당초 이를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의 당론도 기울어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253명 지역구 의원과 47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각각 별도의 투표로 뽑는 제도다. 2016년 20대 총선까지 줄곧 적용됐었다.

두 당이 병립형을 선호하는 것은 21대 총선 때 ‘꼼수’라고 비판받았던 비례대표용(用) 위성정당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제3지대 신당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크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고 신당의 영향력이 커지면 여야 모두 비례 의석을 잃게 된다.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선거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제시한 ‘여야 합의 시한’은 오는 15일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정개특위가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15일까지 합의하면 된다”며 이달 내 선거방식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최소 5~10석이 줄어든다며 “병립형도 옵션”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 등 주류는 이 방식으로 회귀하는 안을 선호한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와 비례를 연동해 배분한다. 정당득표율로 우선 총 의석 수를 정하고, 지역구 의석 수가 이보다 적으면 비례로 보충한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에 용이해 21대 총선 때 진보 정당들이 연합해 새로 도입한 제도다.

문제는 위성정당이다. 현행 제도에선 비례용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위성정당 방지법’은 모(母)정당과 위성정당 합당 시 정당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내용이다. 보조금 등을 포기하고 이를 강행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정당 설립이나 합당 자체를 막을 순 없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사실상 병립형 회귀로 기운 분위기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병립형이 가장 낫다는 게 의원들의 주된 의견”이라며 “위성정당을 안 만들겠고 했던 약속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은 만드는데 우리당은 가만히 있을 거냐, 창당을 제도적으로 어떤 식으로 막을 수 있느냐 등 갖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병립형을 선택하면 가장 확실하게 정리된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4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디케의 눈물' 북 콘서트를 열고 질의응답하고 있다. /뉴스1

이렇게 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대표, 추미애 전 대표 등이 주축이 된 총선용 위성정당 출현은 막힐 가능성이 커진다. 야권 원외에선 민주당과 이들 위성정당을 합쳐 ‘범야권 200석’을 확보하자는 말이 여러 차례 나왔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이재명 대표가 촛불을 비롯한 ‘반(反)윤석열 국민투쟁 연석회의’를 소집해 연합정당을 만들고 ‘윤석열 퇴진을 위한 당’이라고 선언해주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 찍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갈 경우 이들의 신당은 표를 얻기 어려워진다. 결국 조 전 장과도 창당보다는 광주 등 지역구에 출마할 거란 게 중론이다. 원외 거물들의 정치 입문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 명분이 희미해질 거란 내부 우려도 병립형 회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수도권 의원은 “조국, 송영길 모두 검찰 수사나 재판 리스크가 있어 선거 뛰는 사람들 입장에선 부담스럽다”며 “깔끔하게 위성정당이 못 나오도록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신당을 준비하는 세력 중 병립형으로 돌아가도 큰 영향이 없다고 보는 곳도 있다. ‘이준석 신당’이다. 이준석 신당은 야권발(發) 위성정당과 달리 ‘수도권+영남’ 의석을 목표로 한다. 지역구 당선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갈리지만, 송 전 대표 등이 추진했던 신당과는 애초 전략이 달랐다.

특히 병립형 비례제였던 2016년 총선 때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해 38석으로 원내교섭단체가 된 선례가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준석 신당이 외연을 확장할 경우 일정 부분 성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 제도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가면 1, 2, 3번당(黨) 정도의 공간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럼 자연스럽게 당의 공간을 넓게 치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근 창당 의지를 내비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과도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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