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범죄도시3' 열고 '서울의 봄' 닫았다…영화계 가뭄 속 빛

김선우 기자 2023. 12. 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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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결과물로 증명해야 한다는 걸 더욱 체감케 한 한해였다.

영화계는 올 한해도 긴 침묵을 지키는 듯 했다. 상황이 나을듯 나아지지 않아 답답함이 커졌다. 그 속에서도 몇몇 작품들은 제 몫, 혹은 그 이상을 해내며 가뭄 속 빛을 보게 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수 만은 없었다. 소위 스타감독으로 불리는 거장들의 작품도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야 했고, 믿고 본다던 마블 등 대작 외화들도 쓴 맛을 봐야했다. 오히려 흥행 복병들의 등장과 애니메이션의 강세 등 예측할 수 없는 극장가였다. 관객수가 모든 걸 대변하진 않듯, 작품성으로 인정 받은 영화도 있다. 올 한해 극장가를 빛낸 작품들을 정리해봤다.

쌍천만 '범죄도시3'·1000만 향해가는 '서울의 봄'

상반기는 '범죄도시3(이상용 감독)', 하반기는 '서울의 봄'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3'는 더욱 커진 판과 통쾌한 마동석의 액션으로 1068만 관객을 동원, 전편에 이어 쌍천만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다소 약한 빌런의 존재감 등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던 터라, 내년 상반기 찾아올 '범죄도시4'에 대한 평가가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그럼에도 신뢰를 주고 받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저력은 충분히 대단했다.

이후 여름 대전은 '밀수(류승완 감독)'가 514만 관객을 모았고, 가을 대전은 그렇다 할 흥행작이 나오지 않으며 미지근한 온도로 마쳤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이 제대로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12·12사태를 모티브 삼은 첫 영화라는 점과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작품이 탄생한 것. 무서운 기세로 700만 관객을 가뿐히 돌파하며 1000만을 향해 순항 중이다. 20일 개봉하는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노량(김한민 감독)'이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밌으면 본다", "잘 만들면 본다"며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기 위해선 결국 결과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흥행 키워드는 로코? 기대 이상 웃음 복병 활약


기대작은 아니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은 작품들도 있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한 감독)'과 '30일(남대중 감독)'이 그 주인공. 코믹 로맨스를 택한 두 작품은 큰 스케일은 아니지만 소소한 웃음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의 만족감을 자아냈다.

'달짝지근해: 7510'은 유해진의 첫 로맨스 도전, 김희선의 20년만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어울릴까 싶은 유해진, 김희선의 로맨스 호흡 역시 귀여움으로 중무장했다. 여기에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감초들의 활약도 흥행을 견인, 138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30일'은 강하늘과 정소민의 현실 로맨스로, '스물' 이후 8년만 재회다. 코미디 연기와도 일가견이 있는 강하늘과 다 내려놓아서 더 예쁜 정소민의 티격태격 케미가 극을 수놓는다. 반전 매력의 조민수, 연기 도전임에도 가능성을 입증한 엄지윤, 송해나 등의 신스틸러 활약도 돋보인다. '30일'은 손익분기점 160만도 넘기고 216만을 기록하며 코믹 로맨스의 반란을 이끌었다.

외에도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 등 작품성 좋은 작품들도 인정 받은 한해였다. 배두나가 힘을 더하고 신예 김시은이 타이틀롤을 소화해 호평 받았다. 독립예술영화임에도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외화 실사·애니메이션, 극명한 흥행 온도차


기대작으로 불리던 외화들도 극명한 흥행 온도차를 겪었다. 친절한 톰 아저씨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아바타: 물의 길(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긴 기다림을 결과물로 보답하며 각각 올해 박스오피스 8, 10위에 안착했다.


하지만 원작 팬들의 아쉬움을 산 작품도 여럿 있다. 인기 캐릭터를 실사화한 '인어공주(롭 마샬 감독)'와 '바비(그레타 거윅 감독)'는 국내에서 각각 64만, 58만 관객에 그쳤다. '인어공주'는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며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바비'는 해외에서는 흥행 수익 10억 달러에 이르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할리우드 스타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의 등판도 통하지 않은 것. 이를 두고 외신들은 "페미니스트 이슈가 작용한 거 같다. 여성 중심의 영화가 여전히 금기시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마블도 자존심을 구겼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페이튼 리드 감독)' 155만, '더 마블스(니아 다코스타 감독)' 68만을 모은 것.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제임스 건 감독)'가 420만 관객을 모으며 그나마 시리즈의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애니메이션업계는 호황을 이뤘다. 새해 포문을 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막대한 팬덤과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며 477만명을 모았다. 국내에서도 견고한 입지를 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557만명을 모으기도. '엘리멘탈(피터 손 감독)'은 남녀노소 감성을 자극하며 723만명을 기록했고, OST도 큰 사랑을 받았다. '엘리멘탈'의 경우 미국의 애니메이션이지만, 한국계 미국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국내 시장에서 특히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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