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4일부터 불법’ 라쿤카페 가보니…업주도, 동물권 단체도 “아쉬운 판단”
오동욱·이유진 기자 2023. 12. 11. 13:38

지난 7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한 야생동물 카페. 라쿤 두 마리가 개방된 철제 케이지 위 담요에 얼굴을 맞대고 누워있었다. 6평 크기의 이 ‘라쿤의 방’은 투명 아크릴 벽으로 둘러싸여 음료를 마시는 탁자들이 놓인 곳과 구분돼 있었다. 방 이곳저곳에 ‘만지는 순간 세게 물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눈으로만 예뻐해 주세요’라는 안내 글귀가 붙어있었다. 기자가 카페에 머문 30분간 중학생과 연인 등 5명의 손님이 입장했다. 카페 주인 A씨는 “라쿤들이 올해 8살”이라며 “나이가 많아 잠을 많이 잔다”고 안내했다.
전날 방문한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의 야생동물 카페는 입구부터 시끌벅적했다. 이곳에는 라쿤, 킹카주, 미어캣 등 야생동물 8종이 있었다. 한 직원이 라쿤을 어깨에 메고 중국인, 일본인 손님 7명 앞에서 먹이를 주는 시범을 보였다. 직원이 하얀 과일 조각을 라쿤의 눈앞에 가져가자 라쿤이 손을 뻗었다. 이 모습을 본 관광객들이 환호했다.

오는 14일부터 야생동물 카페를 비롯해 도심 야생동물 전시시설에서 동물에게 먹이 주기, 만지기 등의 체험활동이 금지된다. 개정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시행령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 법은 동물원으로 허가받지 못한 시설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한다. 다만 2022년 12월 이전부터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한 업주들은 4년간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개정 법과 시행령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동물원으로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해야 할 처지가 됐다. 유예 기간에도 동물 위에 올라타거나 만지는 등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1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경향신문이 만난 카페 운영자들은 “현실성 없는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2013년부터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김상철씨(39)는 “현실적으로 야생동물 카페를 동물원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라쿤과 미어캣·패럿·킹카주·알파카 등 12마리의 포유류를 기르는 김씨는 “동물 전담 병원과 제휴해야 하는데 수의사가 적어 현실적으로 힘들고, 동물원에 근무했던 직원이 상시로 1명 이상 대기해야 하는데 이 조건을 맞추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개정 법과 시행령에 대해 “동물 보호에만 매몰돼 사람이 동물을 보호하는 실질적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미 사람 손을 탄 개체들은 사람이 없으면 무기력해 한다”며 “동물의 야생성을 살릴 것이 아니라 업주가 실질적으로 동물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시스템 개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홍대 일대에서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B씨도 “졸속으로 만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B씨는 “동물원도 등록제 아닌 허가제로 바꾸고 있는 시점이라 세부적인 기준을 공무원들이 아는지조차 의문”이라며 “동물원 허가 기준이 먼저 나오고 동물 카페를 없애는 게 순서인데 거꾸로 됐다”고 했다.

동물 카페가 문을 닫으면 이 곳에서 지내던 야생동물 관리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11일 네이버 지도로 검색되는 서울 시내 ‘야생동물 카페’ 여섯 곳 중 네 곳은 “유예기간 동안 업체를 운영하며 동물원 허가를 받겠다”고 했다. 나머지 두 곳은 폐업을 고려 중이다. 폐업을 고려한 업체 한 곳을 포함해 총 네 곳의 업주는 “폐업을 하게 되면 야생동물을 집에서 키울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인이 기르는 것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며 “야생동물 카페의 동물은 일차적으로 소유권을 지닌 야생동물 카페 업주가 처분하거나 보호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을 촉구해 온 동물권 단체도 개정안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수공통감염병 발병 위험이 큰 포유류만 전시금지 대상으로 삼고 조류·파충류 등은 전시금지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권 차원에서 보면 청금강앵무처럼 지능·사회성이 높아 습성 파악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로 하는 조류도 있고, 독성 없는 보아류(보아과의 뱀)는 조이는 힘이 강해 인명사고가 나기도 한다”면서 “인수공통 감염 위험에 집중한 현행 법이 동물권이나 공중안전 등 원래의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동물 체험활동’과 관련한 예외조항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동물 체험의 경우 교육 목적 체험 등을 예외로 했는데 어떤 것이 교육 목적인지 명확하지 않아 악용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형주 대표는 “공영 동물원은 중앙정부가, 민간 동물원은 지자체가 체험 허가권을 발휘하는 등 통일성이 부족하다”며 “실제로 운용할 때는 체험금지라는 원칙을 충분히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허가권자는 먹이 체험 등의 생물 다양성 보전 효과와 교육 목적이 명확한지 따져야 한다”고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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