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삼달리’ 신혜선 부축하는 지창욱의 한마디, “너 괜찮아?”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12. 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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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히로인 조삼달(신혜선 분)이 극 중 채 열지 못한 사진작가 15주년 전시회 이름이 ‘人, 내 사람’이었다.

상형문자 ‘人’에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사람이 두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주장이 있다.

조삼달의 경우 ‘人’ 다음에 ‘내 사람’이란 표현을 붙였으니 조삼달은 후자의 의미로 ‘人’을 쓴 모양이다. 그리고 삼달의 그런 의도는 산산이 부서졌다.

전조는 남친 천충기(한은성 분)로부터 시작됐다. 내 남자로 믿었던 놈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삼달에게 그 여자는 중요치 않았다. 천충기의 배신만이 속을 후볐다. 하지만 빨간 약 바르는 심정으로 천충기 머리 위에 상한 물김치 쏟아붓는 정도로 수습했다.

그 상처를 헤집은 건 삼달의 4년차 퍼스트 어시스턴트 방은주(조윤서 분)다. 천충기와의 다정한 한 컷을 삼달 핸드폰에 전송하며 자신이 문제의 바람녀임을 밝혔다. 이번 건 아프다. 사랑과 동료를 모두 버려야 했기에.

가증스런 입을 통해 그 뻔뻔한 내막을 들어보니 저열한 시기와 질투와 오해가 온통 뒤섞여있다. 문득 ‘참 똥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 “니들이 똥이라고 나한테.”라 쏘아주었다.

반창고 처매듯 혼술을 들이부은 다음 날에서야 그 똥이 설사임을 알았다. 방은주의 한강 투신쇼-갑질 고백으로 조삼달은 한 순간에 ‘세계가 인정한 포토그래퍼’에서 ‘철면피 갑질녀’로 곤두박질쳐 있었다. 편집된 녹취록 “니들이 똥이라고 나한테.”는 빼도박도 못할 증거로 세간에 받아들여졌다.

‘내 사람’이라고 믿었던 모델들은 삼달의 해명을 들어볼 생각도 없이 모두 사진 내려줄 것을 요구해 왔고 그렇게 전시회는 무산됐다. 사람에 쫓겨 내려온 고향 제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도, 독수리 오형제로 어울렸던 옛 친구들도 삼달의 해명을 들어볼 생각들을 안한다. 사람 人의 밑에 받침 획이 사라지며 바닥에 깔린 한 一자가 된 느낌이랄까?

친구들 앞에서 삼달이 마침내 터지고 만다. “친구? 니들이 친구면 뉴스에 난 것처럼 정말 나 땜에 사람이 죽으려고 그랬는지, 그게 진짜면 내가 왜 그래야 했던 건지, 그게 궁금해야 되는 거잖아? 해명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은 다 물어보는데 내가 해명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도 안들어주잖아. 아무도 안물어보잖아!”

그 대답은 미역 물마중 자리에서 조용필(지창욱 분)과 미역대전을 치른 후 뒷정리 중 들었다. “야, 조삼달, 진짜 니가 갑질을 해서 그 친구가 그런 건지 안궁금하냐구 그랬지?.. 아닌 거 아니까! 너 그런 짓 할 애 못된다는 거 아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 그 무덤덤한 한마디가 주는 위안이라니..

선착장에서 혼자 술마실 때도 그랬다. 하릴없이 떠들어보는 핸드폰 문자를 보면서 삼달은 한심했다. “조은혜 참 너무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고...” 그 뒤 끝에 휘청이는 삼달을 오해한 용필이 오지랖 부리다 대신 물에 빠진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용필은 물어줬다. “야 조삼달, 너 괜찮아?” 그 물음에 왜 그리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지.

용필은 그랬었다. 삼달국민학교 운동장에서 뛰다 넘어졌을 때도, 기운 센 진달(신동미 분) 언니한테 대들다 맞고 울 때도, 서울 고학 시절 열이 났을 때도 언제나 물어줬었다. “너 괜찮아?” 관심·걱정·염려·애정이 뒤섞인 그 한 마디는 언제나 위안이 되었었다.

애초에 삼달은 두 발로 당당히 서는 사람(人)이 되고 싶었었다. 그 때문에 ‘人, 내 사람’전은 어쩌면 스스로를 기만한 기획일 지도 모른다. 물론 ‘오늘 날의 내가 세계적인 포토그래퍼로 우뚝 서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포장은 둘렀다. 하지만 내막은 ‘남들은 혀 내두르는 어시생활 8년 독하게 이겨내고 마침내 이렇게 섰구나. 장하다!’싶은 자화자찬의 기획이었기 십상이다.

그리고 사진작가 조은혜를 떠받치던 획은 뜻밖에 부실했다. 가짜뉴스 한 방에 삽시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조삼달을 떠받치는 획은 여전히 굳건하다. 조용필이란 이름으로, 독수리 오형제란 이름으로, 가족이란 이름으로.

조용필과 조삼달 사이에는 ‘미역대전’을 일으킨 이별의 이유만이 남았다. 두 사람은 제각각 ‘차였다’고 믿고 있다. 노랫말처럼 사랑함에 세심했던 용필의 마음이 어쩌다가 헤어지는 이유가 됐는지, 용필을 위해 마음의 전부를 준 삼달의 잘못이 남이 아닌 남이 되게 만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용필의 든든한 뒷받침이 자연인 조삼달의 인생을 부축하리란 것은 명확해 보이고, 제 발로 일어서기가 주특기인 조삼달이 용필의 부축을 받아 사진작가 조은혜로서도 우뚝 서는 순간조차 기대하게 만든다.

이 모든 진지한 내막을 벌거숭이 시절부터 친구 사이답게 우스개로 풀어가는 지창욱-신혜선의 연기가 유쾌하고 애틋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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