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닥앱 환자만 받았다고 징계?…"취약한 의료체계 때문인데, 어이없다"

강승지 기자 김기성 기자 2023. 12. 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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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똑닥'으로만 예약받은 병원 8곳 행정지도
소아과 의사들 "행정명령 과도…의료붕괴 직면한 셈"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소아과가 붐비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3.12.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김기성 기자 = 병의원 진료 예약·접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똑닥'이가 접근성 논란으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앱 이용자에게는 진료 예약·접수에 드는 장시간 기다림의 수고로움을 덜어 준 반면 디지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에겐 당일 접수·진료 등의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1월 1~10일 전국 17개 시도로 진료예약 방법과 관련해 '진료거부 금지 위반 소지'를 묻는 민원이 30건 접수됐다. 그중 22건은 위반 소지가 없어 종결 처리됐다.

진료거부 소지가 있어 행정지도를 받은 사례는 8건이다. 서울 마포구 A의원은 똑닥 앱을 통한 대기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운영종료 2시간 전에 접수 자체를 마감해 민원이 제기됐다. 마포구 보건소는 A의원에 "똑닥 앱 접수 인원 제한 등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행정지도를 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B의원은 "앱 미사용자는 진료예약이 힘들고 의원 이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경기 시흥시 C의료기관 역시 진료예약으로만 진료·검진예약을 받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관할 보건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병원 예약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똑닥은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계기로 더욱 주목을 받으며 어린 자녀를 둔 보호자들 사이에 필수 앱으로 떠올랐다. 똑닥을 운영 중인 비브로스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9월 5일부터 예약 기능을 월 1000원 유료화해 진료예약을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는 순번에 맞게 진료받는 편리함을 누리게 됐지만, 이용하지 않으면 병의원 상황상 장시간 대기는 물론 당일 진료마저 어렵게 됐다. 앱 사용 취약계층의 병의원 방문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과 함께 앱 업체가 의료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우려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2023.1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똑닥은 진료예약을 하는 사람들, 특히 소아청소년들의 의료 정보를 유아기부터 축적하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진료예약을 위한 공공플랫폼 운영 등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보건의료 정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브로스 관계자는 "똑닥 이용 의료기관에 현장 접수도 함께해야 한다고 안내 중"이라며 "앱 업체로서, 해당 기관 운영에 관여하기 조심스럽다"고 해명했다. 또한 앱 사용 취약계층을 위해 서비스는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당일 안에 환자들을 어려움 없이 진료할 수 있도록, 소아 의료체계가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시간 진료대기 문제는 의료체계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를 늘리거나 소아의료체계 수가 정상화가 시급하다. 아니면 정부가 보건소나 공공병원 같은 공공의료에서 소아과 무한 진료라도 제공할 때"라고 비판했다.

최용재 회장은 "당일 접수해도 진료를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행정명령 등은 과도하다"며 "국내 소아의료체계는 공급자가 급속도로 줄고, 환자의 선택권은 무한 보장돼 수요공급 곡선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근본적인 원인은 동네 소아과의 폐업이다. 소아과가 똑닥으로 진료예약을 받는다고 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은 전혀 없다"며 "대안도 없이 '진료거부'라고 경고하는 게 어이없다"고 복지부를 질타했다.

임현택 회장은 "의료분쟁 시 법적책임 완화와 진찰료 수가 등을 현실화해야만 젊은 의사들도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지난 8일 전국 17개 시도에 "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특정 접수 방법으로 제한되지 않고 현장·전화 접수로도 공정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지도 감독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진료가 가능한데도 특정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만 예약·접수를 받고 현장 접수 등 다른 진료 요청을 거부한다면, 이는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진료거부 행위는 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정 명령을 할 수 있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정했다. 복지부는 각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다양한 진료 예약 방법을 제공하도록 권장하겠다는 방침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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