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맴도는 목소리… 남은 이의 자책과 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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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에 수록된 시 '사실'의 한 구절이 책을 연다.
소중한 누군가가 떠나고 남은 이들의 자책감과 죄의식을 이야기한, 이승우(사진) 작가의 열두 번째 소설집 '목소리들'(문학과지성사)이다.
1981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42년간 인간의 내면과 불안, 욕망을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자책감과 죄의식에 천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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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부력’ 등 8편 수록
고통받는 심리 섬세히 포착
“들려주지 못한 것도 많을 텐데/노래가 여기저기 떠도는 이유 같은 거/그 사람이 꼭 죽어야 했던 이유 같은 거/그 이유가 여기저기 떠도는 노래 같은 거”
진은영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에 수록된 시 ‘사실’의 한 구절이 책을 연다. 소중한 누군가가 떠나고 남은 이들의 자책감과 죄의식을 이야기한, 이승우(사진) 작가의 열두 번째 소설집 ‘목소리들’(문학과지성사)이다. 1981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42년간 인간의 내면과 불안, 욕망을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자책감과 죄의식에 천착한다. 작가가 “남은 사람들이 남긴 사람에게 늘어놓는 뒤늦은 변명 같은 소설”이라 설명했던 ‘마음의 부력’을 비롯한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마음의 부력’과 ‘물 위의 잠’에는 똑같이 이미 세상을 떠난 형의 목소리와 ‘나’의 목소리를 착각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형과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나’로부터 형의 존재를 찾는 어머니 앞에서 ‘나’는 괴로워할 뿐이다. “자책의 목소리를 자기를 괴롭히기 위해 크게 키울 뿐”이다.
표제작 ‘목소리들’에서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형이 끊임없이 고통받은 끝에 서로를 책망하기에 이른다. 엄마는 “네가 만나줬으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그 애가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 안 드느냐”고 말하고, ‘나’는 엄마 눈치를 보느라 그 애가 하룻밤만 엄마 집에 머물고 떠난 것 아니냐며 “엄마는 자기를 괴롭히기 위해 남들을 탓하면서, 남들에게 돌릴 수 없는 책임을 물으면서, 자기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했다’의 ‘나’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직장 동료 ‘형배’가 사내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날 밤 자기에게 걸어온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짓눌린다. 형배가 세상을 떠난 며칠 후 휴대폰이 울리고 “형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형배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달아나다 붙잡힌 ‘나’는 되뇐다. “질문은 답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고, 그러나 이것은 이유를 묻는 질문이 아니므로 나는 끝내 답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므로 추궁은 끝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하여 “영원히 시달릴 것”이라고.
이 소설들을 쓰며 작가는 “생각과 글이 자꾸만 한 곳으로 돌아가곤 했다”고 말한다. “탄식 아닌 슬픔이 없고, 자기방어 아닌 애도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그러면서 이같이 덧붙인다. “아마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탄식 없이 슬퍼하고 변명 없이 애도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해받으려는 간절함’이 아니라 ‘간절함을 이해하는’ 글의 저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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