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닷새 천하로 끝난 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 해고사태, 이유와 의의는?
오픈AI(OpenAI)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지난 11월 30일 1주년을 맞이했다.
챗GPT는 전세계인의 일상은 물론이고 많은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쳤으며,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AI 도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많은 인기를 구가했다.
이에 맞물려 챗GPT를 포함한 인공지능 전반의 찬반 토론이 뜨겁게 오고 가기도 했다.
AI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갈등은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챗GPT의 아버지인 샘 올트먼의 해고를 계기로 다시금 올라왔다.
창업자가 회사 경영진과 경영 방침이나 전략으로 갈등을 빚고 쫓겨나는 일은 미국 IT기업에서 흔히 일어난다. 올트먼의 경우 챗GPT가 AI 붐을 불러일으킨 지 1년 만에 해고되고, 닷새 만에 CEO 자리로 돌아왔기에 더 화제가 됐다. 올트먼을 중심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자.
◇올트먼의 해고, 원인은 범용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이견?
11월 17일, 오픈AI가 성명을 통해 올트먼의 해고를 발표했다.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의 솔직하지 못한 소통 방식이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되고 있다”며 “그가 기업을 계속 끌어나갈 능력이 있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는 오히려 세간의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985년 스티브 잡스의 애플 해고사태 이후로 이와 같은 '피의 숙청'은 처음 본다”는 평이 나왔다.
범죄나 일탈 행위가 없는 창업자를 해고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오픈AI 내부에서는 올트먼의 해고를 주도한 수석 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며 논란이 일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창작하는 능력을 갖춘 AI,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 대한 견해 차이가 해고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트먼을 비롯한 AI 급진파는 AGI의 추론 능력이 새로운 과학 연구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수츠케버를 포함한 AI 온건파는 AGI가 현실로 올라오면, AI가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이 전한 오픈AI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자사에서 새롭게 연구 중인 인공지능 Q*(Q스타)에 대한 편지가 올트먼의 해임에 결정타를 날렸다고 한다.
Q스타는 방대한 컴퓨팅 자원을 받으면 특정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오픈AI 직원은 “아직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 문제만을 풀었지만, Q스타는 AGI 개발을 불러일으킬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사회에서는 AGI가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보았다. 당시 올트먼은 AI의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사우디계 펀드 투자를 논의하고, 새로운 AI 회사 창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수츠케버는 이런 올트먼이 '인류를 위한 AI의 안전한 개발'이라는 이사회의 책임을 무시했다고 판단해, “오픈 AI 글로벌은 비영리조직 이사회에 의해 통제된다”는 지배구조에 따라 그를 하루아침에 내쫓았다는 것이다.
◇오픈AI 직원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반격, 올트먼의 복귀
올트먼의 해고는 수많은 반발을 불렀다.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이었던 그레그 브로크만은 “오늘 소식을 이유로 나는 그만두겠다”며 사임을 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해, 올트먼의 복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MS는 오픈AI의 지분 49%를 보유한 대주주로, 해당 사에 130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다 11월 19일(현지시간) 나델라 CEO는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올트먼을 MS로 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트먼과 브로크먼을 MS의 AI 리서치팀에 합류시키겠다”며 “그들과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식에 오픈AI 직원들의 항의도 거세졌다. 11월 20일, 직원들은 “이사회 사임, 올트먼 CEO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직원이 그를 따라 MS로 이직하겠다”는 성명서를 사내에 돌렸으며, 전체 직원 770명 중 90% 이상이 해당 성명에 동참했다.
내부 반발이 일자, 수츠케버는 X 계정을 통해 “오픈AI를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사회 결정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샘 올트먼은 해임 닷새 만인 11월 21일, 오픈AI 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올트먼은 X 계정에서 “오픈AI로 돌아간다”며 “MS와 강력한 협력을 구축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올트먼의 복귀와 함께 오픈AI 이사회는 대규모로 물갈이됐다. 새로운 이사회에는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 생성형 AI 개발 지지자인 래리 서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합류했다. 기존 이사회 4인 중에서는 플랫폼업체 쿼라의 애덤 디엔젤로 CEO만 남기로 했다.
◇샘 올트먼 해고 사태의 의의와 앞으로의 미래는?
전문가들은 올트먼의 해고 사태가 “생성형 AI 개발을 두고 파멸론자인 이사회와 개발론자인 올트먼이 부딪힌 결과”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올트먼의 복귀 이후 오픈AI의 기술 발전과 서비스에 탄력이 붙겠지만, 윤리적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사태가 오픈AI를 포함해 인공지능 개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당장 알 수 없다. 또 AGI를 비롯한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번영을 부를지 파멸을 일으킬지는 더더욱 가늠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오픈AI가 2015년 “인간 수준의 역할을 수행하는 AGI를 안전하게 구축한다”는 목표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어떤 새로운 인공지능이 나오더라도, 오픈AI가 초심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강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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