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내년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 추진···“군사 퍼레이드는 국가 행사로 軍·民 축제의 장”[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대통령에게 보고···실무진 논의 중”
내년도 국군의 날, 예산 120억 책정
佛, 퍼레이드 전 세계의 관람객 몰려
국방부가 내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국군의 날 행사는 육·해·공의 첨단 전력과 정예병력들이 참가하는 웅장한 이벤트을 연출하지만 일반 참관객 인원이 크게 줄면서 군인들만의 자축연처럼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바스티유 데이’(프랑스 혁명기념일·7월 14일) 시가행진(군사 퍼레이드)처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군과 국민이 화합하는 국가 행사로 격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의 날이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시가행진이 군인들만의 자축연일뿐 국가기념일 제정된 의미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프랑스가 혁명기념일 축제 때 샹젤리제 거리에서 프랑스군의 제식 행사를 전 세계 관람객도 관람하는 국가 행사로 펼치듯이 내년 국군의 날도 이 같은 축제의 장이 될수 있게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국군의 날도 올해에 이어 또다시 시가행진을 검토 중으로 군과 국민이 함께 하는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이 같은 방침을 보고했고 대통령실과 국방부 실무진 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만 남은 상황이라는 후문이다. 내년 국군의 날은 10월 1일로 평일인 화요일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국군의 날 행사가 우천으로 각 군이 준비한 제식 행사가 100%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해 군 내부는 물론 대통령실도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이에 국방부는 내년에도 국군의 날 행사에 시가행진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군의 날 행사를 위한 예산 소요로는 120억원이 책정됐다. 올해(101억9000만 원)보다 약 18억1000만 원 늘었다. 시가행진이 없었던 2022년 예산은 79억8000만 원이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내년 ‘국군의 날’에도 시가행진을 하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산이 결정되면 방향이 구체화될 수 있어서 시가행진과 관련된 것은 확정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면서도 “올해 행사에 대해 국민들께서 많은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만약 시가행진을 하는 방안으로 결정되면 국군의 위용을 현시하면서 국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행사를 기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군의 날 기념식 시가행진은 단순히 우리 군의 위용을 보여주는 단순한 흥행성 ‘쇼’가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 수복의 전적을 되새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한국군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이다.
1950년 10월 1일은 한국군이 남침한 북한공산군을 반격한 끝에 38선을 돌파한 날로, 이 날의 의의를 살리기 위해 1956년 9월21일 대통령령 1173호에 의해 제정됐다. 국군의 날은 전투능력을 배양시켜주는 군의 사기진작에 기여하는 여러 가지 기념행사를 진행하는데, 5년 주기로 대규모 기념행사를 해왔다. 시가행진은 1978년 30주년 국군의 날부터 서울 시내에서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0월 1일 건군 70주년 행사 때 남북관계와 국제여건의 변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서울 도심내 시가행진(퍼레이드)이 없어졌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한창이었기에 무력시위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속내였다. 싸이와 걸그룹의 공연이 시가행진을 대체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지난 9월 26일 서울 도심에서 건군 75주년을 맞아 국군의 날을 기념하는 시가행진을 다시 열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시가행진에는 군 장병 4000여명과 장비 170여대가 동원됐다. 주한미군 전투부대원 300명도 우리 군과 함께 처음으로 국군의 날 행진을 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념식장 뿐만 아니라 행진 구간인 숭례문~광화문 일대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장병들을 응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념식에 이어 시가행진 현장을 찾아 행진을 함께 하며 국민들과 국군의 날을 축하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임시공휴일은 올해까지 모두 61차례 지정됐다. 주로 국가적인 행사를 기념하기 위한 조치다. 1988년 9월17일 서울올림픽 개최일과 2002년 7월1일 한일월드컵 폐막 다음날이 임시공휴일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이 선거·투표일에 지정돼 임시공휴일이 많았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다 2006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임기만료에 따른 선거의 선거일은 정식 공휴일로 지정됐다. 따라서 이후 임시공휴일 제한적으로 지정됐다. 특히 내수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흐름이 강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8월14일 광복절 전날(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3일의 연휴를 만들었다. 2016년 5월6일(금요일)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어린이날과 주말이 낀 나흘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었다.
예외적으로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2017년 5월 9일 역시 임시공휴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선거 때문이다. 임기만료에 따른 선거의 선거일이 아니 탓에 정식 공휴일이 될 수 없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문재인 정부도 임시공휴일을 두 차례 지정했다. 2017년 10월2일(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총 10일의 연휴를 국민이 보낼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8월17일(월요일)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민들의 높은 피로감 및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지난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추석 연휴와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6일 간의 연휴를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60만 장의 숙박 할인 쿠폰 배포와 함께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이후 이어진 국내 관광 활성화와 내수진작 차원의 임시공휴일 지정이 자리잡는 분위기다.
군사 퍼레이드는 자유를 중시하는 영국과 프랑스, 핀란드,스웨덴, 캐나다, 호주를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도 국경일이나 군 기념일 등에 국가 행사로 펼쳐지고 있다. 실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Military Parade(군사 퍼레인드)’란 단어로 검색하면서 52개국이 주기적으로 시가행진을 진행하고 있다고 나온다.
프랑스의 혁명기념일에 열리는 군사 퍼레이드가 대표적 선진국 사례다. 일명, ‘바스티유 데이’로 불리는 프랑스 혁명기념일(7월 14일)에 군의 시가행진을 펼치는 것이다. 1880년부터 140여년간 해오고 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세계적 유명행사로 자주국방을 이룬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국가적 행사란 평가를 받는다.
군대의 도심 행진은 민주주의부터 공산주의 등 정치 체제와 상관 없이 각국에서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폴란드는 8월 15일이 폴란드 국군의날로 수도 바르샤바에서 시가행진을 벌인다. 올해의 경우 한국산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인도는 제헌절과 건국절을 겸하는 매년 1월 26일 공화국의 날에 시가행진을 크게 치른다. 초청 외국 정상 앞에서 핵무기까지 자랑한다. 벨기에 역시 매년 7월 21일 독립기념일에 수도 브뤼셀에서 전투기와 전차를 동원해 시가행진을 한다.
북유럽 또한 핀란드와 스웨덴은 매년 6월 4일 국기게양일과 6월 6일 국경일엔 각각 수도 헬싱키와 스톡홀름에서 퍼레이드를 펼친다. 핀란드에선 2017년부터 한국의 K9 자주포가 등장하고 있다. 스웨덴 육군은 창군 500주년을 맞은 지난 5월 24일엔 스톡홀름에서 무기 시연까지 진행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다른 유럽국인 영국과 네덜란드는 전차·장갑차 없이 도보 행진만을 진행한다. 미국은 독립기념일(7월 4일) 등 주요 기념일이면 현역 장병과 참전 용사, 학군단 등의 도보 행진을 많은 지역에서 하고 있다. 일본 역시도 자위대는 정식 군대가 아니라지만 11월 1일 자위대기념일 관열식에 국민을 초청해 행사를 펼친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의 시가행진은 북한·중국과 같은 공산주의나 러시아 등 권위주의의 열병식과 달리 본질이 다르다. 민주주의의 시가행진은 군이 진정한 통수권자인 국민의 사열을 받으며 충성을 다짐하고, 국민은 군의 준비태세를 살펴본 뒤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국가 행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3월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공동으로 실사한 설문조사가 주목할 만하다. 응답한 군 장병의 88%, 일반 시민의 72%가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찬성했다. 특히 자유 의견을 묻는 항목에서 장병들은 국군의 날을 통해 전투력을 과시하거나 군기 있는 모습, 강인함·웅장함 같은 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시가행진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 9월 26일 시가행진 때 교통 통제 때문에 불만이 불거졌다. 구시대적 발상으로 군국주의나 독재의 전유물이라는 지적도 많다. 다만 분명한 건 우천 속에서 진행된 국군의 날의 시가행진에 많은 시민이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채 늠름한 군 장병에게 박수를 보냈다는 대목이다.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시가행진은 국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축하 행사일 뿐 아니라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겐 군에 대한 신뢰를, 국군에겐 사기를 높이는 의미 있는 행사”라며 “국군이 국민 속에서 국민의 군대로 완성되는 현장으로 화합과 축제의 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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