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樂카페]옛 음악과 AI의 성공적 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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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출신의 폴 매카트니는 동료 존 레넌 사후인 1990년대 초반에 그의 아내 요코 오노를 만나 '혹시 레넌이 녹음해 놓은 미발표곡이 있냐'고 물었고 요코로부터 4곡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넘겨받았다.
이처럼 음악 활동을 돕고 보완하는 고마운 이기(利器) 한편으로 AI는 인간의 영역, 창작예술의 영역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작곡가는 AI의 등장으로 10년 안에 사라질 직업에 어김없이 높은 순위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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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곡 ‘나우 앤 덴’(Now and then)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기술력으로는 도저히 음원으로 출시할 수 없는 상태였다. 존 레논의 목소리가 피아노 소리에 완전히 묻혀있는 통에 도무지 정상적인 사운드의 구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 사이 인공지능(AI)이란 첨단기술이 출현했고 현재는 상용화에 거의 임박한 단계에 이르렀다.
존 레넌의 보컬 톤, 피치 등을 학습한 AI는 묻힌 대목의 목소리를 복원해냈고 마침내 ‘나우 앤 덴’은 듣기에 그럴싸한 곡으로 단장돼 나왔다. 이 곡은 빌보드 싱글차트 톱10에 진입한 것은 물론, 영국에서는 비틀스 곡으로는 54년 만에 차트 1위에 등극했다. AI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녹음작업에 참여한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는 “존 레넌이 마치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우리 가수로 이런 예를 들자면 2000년대 초반 ‘돈 크라이’(Don’t Cry)로 유명한 김혁건 이시하의 남성 2인조 더 크로스가 있다. 당대 고음의 아이콘 격이었던 김혁건은 2012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상태가 됐지만 강도 높은 재활치료를 통해 가창능력을 회복했다. 비록 휠체어를 탄 고정자세지만 전성기 때처럼 높은 음을 시원하게 내지른다. JTBC 방송 프로그램 ‘리얼라이브’는 ‘휠체어 김혁건’과 ‘AI 김혁건’이 함께 하는 무대를 기획했다. 이 공연에서 ‘서있는’ AI 김혁건을 본 이시하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 생전에는 다시 못 볼 것 같았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까닭이었다. 인공지능 덕에 그는 ‘돈 크라이’ 20년을 맞는 더 크로스의 ‘완전한’ 재결합 무대를 실현했다.
이처럼 음악 활동을 돕고 보완하는 고마운 이기(利器) 한편으로 AI는 인간의 영역, 창작예술의 영역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작곡가는 AI의 등장으로 10년 안에 사라질 직업에 어김없이 높은 순위에 꼽힌다.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이 음악산업 분야에 팽배해있다. 이미 방송에서 사용되는 음악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배경음악은 콘텐츠 기업과 손잡은 생성형 AI가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신보를 낸 77세의 미국 컨트리 음악계의 전설 돌리 파튼은 한 기자회견에서 AI 홀로그램과 같은 뉴 테크놀로지를 통해 인공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솔직히 쉽게 곡을 써대고 무자비할 수도 있는 신기술에 관여하거나 지배당하는 것에 동의할 음악계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AI의 순기능은 하나도 없다며 그것과의 관계를 무턱대고 씨름하지도 않는다.
비틀스의 경우처럼 ‘1960년대 예술’과 ‘인공지능’의 퓨전으로 그 시대를 오늘에 되살린다면 우린 상상 이상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전 같으면 어떻게 비틀스 신곡을 듣고, 사자(死者)가 살아 돌아와 곁에 있다는 환상을 누릴 수 있겠는가. 이마저도 부질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과거와 현실의 공존을 바람직하게 끌어가 예술의 위로기능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AI가 주도하는 ‘과거의 응시’를 현실로 돌아보고 미래지향적 개선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응전략이 먹힌다면 AI는 효율성과 다양성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놀랍고 재미있는 음악 광경을 많이 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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