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땡큐"...與, '제3지대 신당' 열풍에 표정관리, 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바라보는 여권 내 시선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 전 대표가 주도한 제3지대 신당 창당 열풍이 내년 총선에서 여권보다 야권에 더 불리하게 작용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 이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을 경우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그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 연락망 구성에 나서는 등 사전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신당 창당 시 발기인으로 참여할 인사들을 모집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4일부터는 온라인을 통해 총선 출마 희망자도 모집했다. 지난 8일 BBS라디오에서 "(출마 희망자가) 1100명 넘게 들어온 것 같다"며 "그중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는 굉장히 훌륭한, 지금 당장 출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분들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정치인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선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천아용인'(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허은아 의원·김용태 전 최고위원·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 중에서도 이기인 의원 정도만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는 10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7일은 (한다면 창당이 아닌) 탈당 선언"이라고 밝혔다. 수차례 다양한 계기에 일관되게 밝혔던 '27일 창당' 계획을 다소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이준석 신당의 여파를 우려하던 여당내 분위기도 다소 바뀌었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작업이 지지부진해서일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시작된 신당 바람이 내년 총선에서 여권보단 야권의 표를 분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신당 창당에 있어 가장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건 이낙연 전 대표다. 공천 국면에서 비이재명계가 대거 낙마할 경우엔 이낙연 신당이 파급력을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에 대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문제의식과 충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 그었던 것과는 다른 답변이다.
이 전 대표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띄운 제3세력 연대 가능성에 "만날 준비는 돼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런 가운데 제3지대 내에선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이 결성한 '새로운선택'과 류호정 의원이 속한 정의당 내 청년 의견그룹 '세 번째 권력'이 8일 새 정당을 함께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금 전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과도 연합 가능성을 논의한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전날 이 전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 조합'에 출연해 다양한 이슈를 놓고 3시간 가량 토론하는 등 접점을 넓히고 있다.
야권 내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추미애 전 대표·송영길 전 대표 등 원외 인사들도 신당을 띄우고 있다. 송 전 대표는 9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 전 장관을 모두 아우르는 '반(反)윤석열 대통령 플랫폼' 구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야권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히려 '이준석 신당'의 정체성은 여권과 멀어지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가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그룹들과 '빅텐트'를 모색하더라도 정당의 지향점 등을 고려할 때 공동 창당은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여권에서 신당은 이 전 대표가 혼자 띄우고 있단 점에서 여권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야권보다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서 야권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먼저 신당을 치고 나와주기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준석 전 대표가 스타트를 끊어주면 양당제에서의 표 분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준석 신당으로 뺏길 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현재로선 신당이 가시화할 경우 여권에 비해 야권에 불어닥칠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면 오히려 '땡큐'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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