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혼밥’하는 청년들… 심리적 도피처 찾아 고립 자처 [심층기획]
2021년 기준 53만8000명… 전체 5% 해당
코로나 거치며 3년 새 20만명이나 급증
日선 ‘화장실 혼밥’ 2009년부터 이슈로
고립 청년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 연 7조원
청년 심리적 고립 장·중년 이후로 이어져
전문가들 “별종·흔치 않은 일 취급 안돼”
사회적 관심·지원정책 마련 목소리 커져
#2. 최근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특이한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개강 첫날인데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다’는 제목이 붙은 변기 뚜껑 위에 올려진 편의점 도시락 모습이었다. ‘화장실에서 햄버거나 밥 먹은 적 있다’,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고 안 보이고 그런 게 좋았던 것 같다’, ‘비위생적이다’ 같은 댓글이 잔뜩 달린 해당 사진 작성자는 “(대학에) 복학하니까 아는 사람도 없고, 혼자 (밥을) 먹기 부끄러워서 화장실에 왔다. 이제 (화장실에서) 나가야 하는데 1학년 인싸(아웃사이더를 지칭하는 ‘아싸’의 반대말)들이 밖에서 떠들고 있다”고 적었다. 이런 ‘화장실 밥’ 풍경은 최근 인터넷 커뮤티니 게시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요즘 청년들에게 ‘화장실’이 심리적인 도피처가 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기 침체, 청년들에게 퍼진 고립과 은둔 심리, 여기에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생긴 ‘거리두기’ 등이 화장실이라는 도피공간을 만들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19∼34세 우리나라 청년 177만6000명 가운데 고립 청년은 53만8000명(5.0%)에 이른다.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크게 늘어났다. 직전 조사인 2019년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은 3.1%였다. 불과 3년 만에 20만4000명 정도 증가했다.
이런 수치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2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중 ‘임신·출산·장애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거의 집에만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2.4%다. 청년 인구에 적용하면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은둔 청년은 24만7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화장실이 정신적인 ‘도피처’가 됐다는 유명인의 사례도 있다. 가수 MC몽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화장실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누군가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이 그곳”이라면서 “대인기피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둘 때쯤 늘 숨어 있거나 당시 혼자 집에서 멍 때릴 수 있는 공간이 그곳뿐이었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이미 화장실이 청년들의 도피처로 자리 잡은 상태다. 2009년쯤 ‘화장실 밥’으로 일컫어지는 ‘벤조메시(便所飯)’가 이슈가 됐다. 아사히신문 석간 1면 톱기사로 보도되면서다. 도쿄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에 ‘변소밥’을 금지하는 벽보가 붙었는데, 대학 당국은 붙인 적이 없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일본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쇼핑몰 등에 ‘화장실밥’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있다는 사진, 다른 사람을 피해 벤조메시를 하고 있다는 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선 ‘화장실밥’의 이유를 친구조차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는 공포나 불안감, 스트레스에서 찾고 있다.


화장실을 도피처로 찾는 심리인 고립, 은둔은 청년들이 장년, 중년, 노인이 됐을 때까지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부산시가 2022년 현재 은둔하고 있는 부산시민, 은둔 경험이 있는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은둔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52.4%가 20대에 실제 은둔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과거 은둔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73.9%가 20대에 은둔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고립·은둔 청년 문제가 결국 고독사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간 발생한 고독사(1만5066명) 중 20~30대의 비중은 6.3~8.4%다. 고독사 중 자살 비중은 16.5~19.5%였는데, 연령이 어릴수록 자살로 인한 고독사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화장실 혼밥 같은 청년들의 문제를 단순히 별종, 흔치 않은 일로 넘어갈 게 아니라 ‘관심’, ‘사회적 지원체계’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분야의 새로운 사업으로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사업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사회에 재적응하고 사회활동을 다시 하는, 독립된 민주시민으로 살도록 종합적인 지원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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