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정 수능'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강태훈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성신여대 교수) 입력 2023. 12. 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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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의 채점결과가 발표됐다. 올해 수능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던 만큼 수능 당일부터 현재까지 시험 난이도 및 변별도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난무했다. 누군가는 킬러(초고난도)문항이 배제되면서도 적절한 변별도를 갖춘 시험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소위 '불수능'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문항은 단지 난도가 높았다는 이유로 킬러문항이라는 누명을 썼다.

정부는 지난 6월 '킬러문항이 배제된 공정한 수능'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노력에 대한 공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험, 즉 공정한 수능 실현에 방점을 두었음에도 정작 세간의 관심은 킬러문항에 집중되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킬러문항=변별을 위한 고난도 문항'이라는 오해가 확산되면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없는 시험이 될 것이라는 사교육업계의 불안 마케팅은 어느 때보다도 극심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수능에 대한 이러한 억측과 근거없는 비판으로 인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불안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점이다. 맞춤형 입시전략을 세우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수험생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공식적으로 채점결과를 발표한 만큼,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지 않도록 정확한 자료에 기반해 이번 수능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변별도와 난이도를 논하기 전에 먼저 킬러문항의 출제 여부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배제를 선언한 소위 킬러문항이란, '공교육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사교육업체 등을 통해 익힌 문제풀이 기술을 반복 연습한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문항'이다. 이는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이 문제를 푸는데 지나치게 많은 풀이 시간과 대학 이상 수준의 발상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난도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난도가 높다고 반드시 킬러문항인 것은 더욱 아니다. 이번 수능은 별도의 출제점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출제과정에서부터 킬러문항 배제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과적으로 교육계 안팎에서 킬러문항이 확실히 배제된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점결과에 따르면 난이도의 경우 전반적으로 전년도 수능보다 다소 까다롭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는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크게 상승하는 등 수험생들에게 다소 까다로운 시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고점부터 2등급까지의 표준점수 차이가 전년도 12점에서 25점으로 크게 늘어나 상위권의 섬세한 변별이 가능했던 시험으로 평가된다. 3~4등급의 등급 구분점수는 전년대비 큰 차이가 없었다.

수학영역에서는 전년도 수능 대비 표준점수 최고점이 3점 높아졌다. 이는 9월 모의평가에서 지적된 최상위권 변별력에 대한 보완으로 해석되며, 등급구분 표준점수는 모든 등급에서 전년 수능과 대체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영어영역 역시 지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4.71%의 1등급 인원 비율을 보여줘 최상위권 변별에 각별히 신경 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탐구영역 또한 과목 간 1등급 구분점수 차이가 지난 9월 모의평가 대비 크게 줄어드는 등 과목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완화하고자 한 노력이 보였다.

바람직한 수능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지 않으면서도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험이다. 이번 시험은 전반적인 난이도를 직전 시험과 비슷하게 가져가면서도 경쟁이 극심한 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변별을 강화한 것으로 보이며, 영역 및 과목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완화하면서 입시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능을 통해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충분한 변별력을 갖춘 시험을 출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공약(空約)이 아님을 확인했다. 수능은 학교교육에 힘을 실어주는 시험,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 불안해하지 않는 시험이어야 한다. 교육과정에 기반한 공정한 수능은 사교육 경감과 더불어 고교교육 내실화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수능은 교육현장에 던지는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수능 출제 방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강태훈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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