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러다 장례 5일 치른다…"화장 못 해" 사라지는 3일장
[편집자주] 죽음은 늘 우리 곁을 떠돌고 있지만 정작 죽음에 대한 관심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고령화의 그늘이 질어질수록 우리가 몰랐던 죽음이 늘어가는 이유다. 그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기록했다.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화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은 25.5%다. 3일차 화장은 사망 이후 3일차에 화장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통계 근거는 보건복지부의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이다. 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3일차 화장률을 제외하면 대부분 4일차 화장률"이라고 설명했다. 4명 중 3명은 비자발적 4일장을 하는 셈이다.
3일차 화장률 하락은 '화장대란'의 징후다. 각 화장시설은 3일차 화장률이 떨어질 경우 화장로 운영시간을 늘리는 비상대응에 나선다. 3일장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상 징후가 감지된 건 올해 여름 이후부터다. 서울의 지난 8월 3일차 화장률은 56.1%였다. 9월(52.8%), 10월(39.5%)로 갈수록 3일차 화장률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위기가 본격화했다. 화장시설 2곳을 운영하는 서울의 지난달 3일차 화장률은 △1주 45.7% △2주 13.1% △3주 39.4% △4주 17.3%를 기록했다. 매주 상황이 달라진 건 3일차 화장률에 따라 화장로 운영시간을 늘린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1월 마지막주인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의 3일차 화장률은 7.6%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3월 대규모 감염병으로 전국적인 '화장대란'이 발생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서울의 3일차 화장률은 5.6%였다. 한우희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시설운영처장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화장로 운영시간을 2시간 늘리는 임시회차를 6~7일 정도 가동하면 3일차 화장률이 60% 정도까지 올라왔다"며 "최근에는 임시회차 가동 일수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장시설 4곳을 운영하는 경기의 지난달 3일차 화장률은 48.8%로 집계됐다. 지난 8월 경기의 3일차 화장률이 74.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의 4일장 비율도 두드러지게 늘었다. 인천의 지난달 3일차 화장률은 62.5%로 수도권 중에선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수도권 전체의 지난달 3일차 화장률은 42.4%다. 전국 평균은 63.7%다.
서울 등 수도권의 화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건 예견된 일이다. 서울의 화장시설은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2곳밖에 없다. 경기의 화장시설도 수원과, 성남, 용인, 화성 등 4곳에 불과하다. 인천의 화장시설은 1곳이다. 전국의 화장시설이 총 61곳인데,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인 수도권의 화장시설은 7곳밖에 없는 현실이다.
화장시설 부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중위)에 따르면 2020년 30만8000명인 사망자가 2025년 34만5000명, 2030년 40만8000명 등으로 늘어난다. 2005년 처음으로 50%를 넘긴 화장률은 지난해 91.7%까지 치솟았다.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화장률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화장시설은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신·증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사법에서 규정한 지역의 화장시설 공급 책무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화장시설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수도권의 광역지자체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치범 장례문화진흥원장은 "수도권의 장사시설 설치가 진척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없다면 2~3년 내에는 5일장까지 일상화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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