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마지막 '렌트', 하지만 영원한 작별은 아니에요"

장병호 2023. 12. 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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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겐 '호이 마법'이 있어. 그 누구를 만나도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힘이지."

뮤지컬배우 김호영(40)이 2002년 뮤지컬 '렌트'의 엔젤로 데뷔했을 때, 열두 살 많은 선배이자 상대 배역인 콜린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성기윤이 그에게 한 말이다.

배우 출신인 앤디 세뇨르 주니어 또한 김호영처럼 브로드웨이에서 '렌트'의 엔젤로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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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호영, 뮤지컬 '렌트' 마지막 출연
2002년 데뷔작, 총 다섯 시즌 참여 '인생 캐릭터'
재능 많은 엔젤처럼 뮤지컬·예능·홈쇼핑 종횡무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렌트', 계속 힘 보태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너에겐 ‘호이 마법’이 있어. 그 누구를 만나도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힘이지.”

뮤지컬배우 김호영(40)이 2002년 뮤지컬 ‘렌트’의 엔젤로 데뷔했을 때, 열두 살 많은 선배이자 상대 배역인 콜린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성기윤이 그에게 한 말이다. ‘호이’는 김호영의 별명. 누구를 만나도 마음의 벽을 허물게 만드는 김호영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뮤지컬 ‘렌트’에서 엔젤 역을 맡은 배우 김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2년 ‘렌트’로 데뷔한 김호영은 올해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엔젤 역을 맡았다. (사진=신시컴퍼니)
김호영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개막한 ‘렌트’에서 마지막 엔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호영은 2002년, 2004년, 2007년, 2020년, 그리고 내년 2월 25일 막을 내리는 이번 공연까지 총 다섯 시즌에 걸쳐 엔젤로 무대에 올랐다. 그야말로 인생 캐릭터다. 최근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만난 김호영은 “피부 나이로는 아직 한참 더 엔젤을 연기할 수 있지만 계속하면 노련미가 생길 것 같다”며 ‘렌트’의 마지막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엔젤은 사랑스럽고 밝은 캐릭터에요. 억지로 꾸미지 않고 ‘생기’가 있어야 하죠. 앞으로 더 나이를 먹으면 엔젤이 너무 노련해질 것 같았어요. 뉴진스 무대에 선배 가수 이효리가 함께 하는 느낌이랄까요(웃음). 물론 선후배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모습도 좋죠. 하지만 이제는 엔젤을 떠나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렌트’에서 엔젤은 김호영처럼 등장인물을 모두 무장해제시키는 인물이다. 게다가 다재다능하다. 드랙(drag, 사회에 주어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으로 꾸미는 행위) 캐릭터로 등장하는 엔젤은 작품 속에서 춤·노래·연기 등 예술가로서 모든 것을 갖춘 ‘팔방미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뮤지컬 ‘렌트’에서 엔젤 역을 맡은 배우 김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2년 ‘렌트’로 데뷔한 김호영은 올해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엔젤 역을 맡았다. (사진=신시컴퍼니)
김호영과 엔젤의 닮은 점 또 하나는 바로 ‘팔방미인’이다. 김호영은 ‘프리실라’, ‘광화문 연가’, ‘킹키부츠’ 등을 통해 넘치는 끼와 에너지로 독보적인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엔 가수 장윤정이 프로듀싱한 트롯 싱글 ‘끌어올려’를 발표하기도 했다. 홈쇼핑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만능 엔터테이너’를 늘 꿈꿨다는 김호영은 “트롯도 잘 부르고 진행도 잘 하며 옷도 잘 입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제가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교차로에 서 있다’는 건데요. ‘잘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중 어떤 걸 선택할지 고민하는 거예요. 지금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해요. 홈쇼핑에 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요.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도 항상 있어요. 그러나 예능 이미지만 소비하는 건 원치 않아요. 작은 역할이라도 연기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중요하니까요. 물론 뮤지컬은 계속할 거예요. 저는 누가 뭐라 해도 ‘뮤지컬배우’이니까요.”

배우로서는 이번 ‘렌트’가 마지막이지만, 김호영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누구보다 ‘렌트’를 잘 이해하는 만큼 협력 연출이나 액팅 코치로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온 협력 연출가 앤디 세뇨르 주니어를 만난 뒤 생긴 꿈이다. 배우 출신인 앤디 세뇨르 주니어 또한 김호영처럼 브로드웨이에서 ‘렌트’의 엔젤로 출연한 바 있다.

물론 아직 제작사의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란다. “제작사도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 몰라요. 그러니 이렇게 제 생각을 말하고 다녀야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 하하하.” 이토록 밝고 유쾌한 무한긍정의 에너지, 김호영의 ‘호이 마법’이다.

뮤지컬 ‘렌트’ 2002년 공연 장면. 뮤지컬배우 김호영은 이 작품의 엔젤 역으로 데뷔했다. (사진=신시컴퍼니)
뮤지컬 ‘렌트’ 2023년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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