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오너家 3·4세… 연말 인사서 부회장·CEO 대거 진출

류정 기자 2023. 12.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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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승계 위한 시험대 올라

연말 정기 인사 결과, 주요 기업들의 오너가(家) 30~40대 창업주의 3·4세들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됐다. 이번에 승진한 3·4세들은 10~20년간 경영 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받은 이들이다. 오너가 기업인들은 일반 직장인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하고 승진 속도도 빠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당량의 지분을 승계받아 경영권을 장악한 2세들보다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만 경영 참여는 물론이고 후계자로서 위치도 공고히 할 수 있다.

그래픽=양인성

◇부회장·CEO 맡는 30~40대 오너들, 그룹을 바꾼다

올 하반기 인사에서 HD현대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인 정기선(41) HD현대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부회장에 오른 김동관(40) 한화 부회장과 함께 ‘10대 그룹 1980년대생 부회장’이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들은 재계에서 ‘엄친아’ ‘모범생’으로 불리며 조선업과 방산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주목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6년 현대중공업의 선박 AS 사업을 분리해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를 출범시켜 매출 2000억원대 사업을 1조원대 규모로 키워낸 것이 대표 성과로 꼽힌다. 또 임직원 미취학 자녀 1인당 최대 18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조직 문화를 개편해 그룹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근엔 코오롱그룹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39)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이 지주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코오롱 지분율 0%’인 이 부회장은 계열사 경영을 차례로 맡으면서 골프 브랜드 지포어 출시, 수입차 브랜드 다변화 등을 주도했다. 앞서 이웅열 회장은 2018년 명예회장으로 퇴진하면서, 장남 승계에 대해 “능력을 인정받아야 CEO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이 밖에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 등 오너가 3~4세가 30~40대 나이로 부회장에 올랐다.

30~40대 CEO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허창수 GS 명예회장의 장남 허윤홍(44) 사장은 GS건설 대표를 맡았다. OCI 창업주 고(故) 이회림 회장의 손자인 이우일 유니드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장남 김건호 경영총괄사무는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의 전략총괄 사장으로 선임돼 그룹 경영을 주도하게 됐다.

◇주로 신사업 맡아…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오너가 3·4세 기업인들은 주로 신사업을 맡아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처음으로 한국에서 보직을 맡게 했다. 신 전무는 롯데 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서, 유통·화학 등 다소 침체된 그룹 주요 사업군을 신사업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최윤정(34)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 그룹 최연소 임원이 됐다.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친 최 본부장은 신약 연구·개발과 승인 등 바이오 사업 핵심을 책임지게 됐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무는 ‘세계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 도입 등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GS 지주사 미래사업팀장으로 벤처 투자를 주도해 온 허서홍 GS 부사장은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으로 이동했다. GS리테일이 투자해 놓은 신사업을 안정화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주홍 GS칼텍스 상무와 허치홍 GS리테일 상무는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장남인 구동휘 부사장은 LS일렉트릭 대표에서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동했다. LS MnM은 LS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하는 핵심 회사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엔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오너 3·4세들은 단순히 승계의 차원이 아니라 신사업을 창업한다는 생각으로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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