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7년만에 마이너스 금리 탈출 시동… 엔화 가치 요동

김은정 기자 2023. 12.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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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금리 정상화 잇단 언급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7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의회에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 등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해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EPA연합

전 세계가 숨 가쁘게 금리를 올려도 나 홀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온 일본이 드디어 금리 정상화에 시동을 건다는 신호를 주자, 엔화 가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로 하락해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2엔’ 턱밑까지 오른 게(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오르면 엔화 가치는 하락) 지난달 13일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도 안 된 이달 7일 엔화 가치는 급등해 환율은 달러당 141엔 수준까지 떨어졌고, 8일엔 144엔으로 되돌아갔다. 7일 하루 엔화 환율 급등 폭은 올 들어 최대인 4%가 넘었다.

급격한 엔화 강세는 글로벌 외환시장에 연쇄 효과를 불렀다. 달러가 상대적으로 약세가 되면서 8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하루 새 18.5원 뚝 떨어졌고(원화 강세), 지난달 100엔당 850원을 찍었던 원·엔 환율도 910원으로 뛰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급 효과가 단지 외환시장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간 초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 국채, 호주 주식 등 해외 곳곳에 투자해 온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대규모 일본 귀환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진경

◇일본, 마이너스 금리 탈출 시동

최근 엔화가 요동친 것은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입’때문이다. 그는 7일 의회에서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통화정책 운용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장·단기 금리 조작 개선(폐지)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했다. 히미노 료조 BOJ 부총재도 6일 “일본은행이 금융 정상화를 단행했을 때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비교적 작다고 본다”며 초완화적 통화 정책에서 탈출할 준비가 됐음을 시사했다. 오는 18~19일 BOJ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BOJ의 1·2인자가 연거푸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말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정책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주요국은 코로나 때 살포한 돈 때문에 물가가 치솟자 기준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과 싸워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 침체) 탈출이 목표인 일본만은 다른 길을 갔다. 아베노믹스가 한창이던 2016년 2월 정책 금리를 연 -0.1%로 내리고 장기금리는 상하한을 묶어 경제와 물가를 살리는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왔다.

그래픽=양진경

최근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2% 후반을 기록했고, 일본 기업들도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10년간 아베노믹스를 이끌던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가 올 초 퇴임하고 가즈오 총재가 들어선 데다, 마침내 물가도 오르자 통화 정책 정상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이 확정되는 내년 봄 이후 일본의 통화 정책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캐리 청산 ‘머니무브’ 일어나나

내년 글로벌 금융 시장의 최대 이벤트는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는 ‘피벗(방향전환)’이겠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는 ‘피벗’도 그에 못지않은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본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를 경우 엔캐리 자금의 일본 회귀로 미 국채 시장 등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해외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일본의 해외 투자 자금(순대외금융자산)은 3조2730억달러(약 4320조원)에 달한다. 영국 경제 규모(3조707억 달러·2022년 기준)나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의 시총(3조400억달러)을 넘어선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일본은 미 국채를 1조1060억달러어치(약 1460조원) 가진 최대 보유국이다. 일본 자금은 호주와 네덜란드 주식·채권 시장의 약 12%, 뉴질랜드·브라질 시장에선 8%를 차지한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최근 “반세기 동안 지속된 초저금리 정책이 위기 회피에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정부와 기업의 개혁을 지연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일본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금리가 존재하는 세계’로의 회귀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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