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축구 ‘국대’ 유니폼의 진화

한동훈 서체디자이너 2023. 12. 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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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이강인과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 선수들이 최근 한글로 이름을 적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짧은 획을 동그란 점처럼 표현한 한글과 직선적인 종전 등번호 숫자의 부조화가 살짝 아쉬웠지만, 한국 축구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유럽 축구 빅리그에 진출해 팀 핵심으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많아지면서 한글 이름 유니폼까지 등장한 것이다.

한국 국가 대표팀의 유니폼 변천사를 통해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아져 온 과정을 돌아볼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우리 대표팀이 백호를 형상화한 대한축구협회(KFA)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출전한 첫 메이저 대회였다. 월드컵에 국기를 달고 나오는 팀은 거의 없다. 대부분 그 나라 축구협회의 엠블럼을 단다. 그런데 한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태극기를 달고 출전했다.

그런 관행이 처음으로 깨진 2002년 스페인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를 성공시키고 환하게 웃는 홍명보의 가슴에서 빛나던 엠블럼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 장면은 한국 축구가 비로소 세계 무대에 합류했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유니폼에서 태극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때부터 소매로 자리를 옮겨 ‘태극 마크’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선 대표팀이 19년 만에 새로 단장한 엠블럼을 달고 출전했다. 백호의 얼굴 부분을 클로즈업한 새 엠블럼은 이전보다 선이 굵고 단순해졌다. 여러 가지 무늬가 들어가는 카타르 월드컵 유니폼에 세밀하고 복잡한 옛 엠블럼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아마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대표팀 경기를 볼 때 예전처럼 조마조마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카타르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우왕좌왕하지 않고 세계의 강호들과 대등하게 부딪쳤다. 새 엠블럼은 이처럼 한 단계 더 도약한 한국 축구를 상징하듯 모던하고 강력한 느낌을 준다.

2026 북중미 월드컵 1차 예선이 시작됐다. 한국 축구가 한층 강하고 새로워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발전하는 축구 실력처럼 이번에도 유니폼 디자인이 업그레이드될지 살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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