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하는 美 발목잡아 시간벌자”…유럽 인공지능 규제법 속내는
건강·안전·기본권에 AI 활용 전면 금지
위반시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7% 벌금
유럽 AI는 육성...“샌드박스 테스트 지원”
◆ 세계 첫 AI 규제법 ◆
실제로 오픈AI의 GPT-4.0 터보, 구글의 제미나이는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수가 수천억개에 달하는 초거대AI다. 유럽은 아직 제대로 된 초거대AI가 없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초거대AI를 규제해, 유럽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다.
특히 AI 규제 틀을 만들면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EU의 기술 규제에 대한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범용 AI(GPAI)에 대한 가드레일 제정은 AI산업 선두인 빅테크에 대한 큰 족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범용 AI 시스템과 그 기반이 되는 GPAI 모델은 의회가 처음에 제안한 대로 투명성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여기에는 기술 문서 작성, EU 저작권법 준수, AI 학습에 사용된 콘텐츠에 대한 자세한 요약본 배포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영향력이 큰 GPAI 모델에 대해선 더 강력한 준수 사항을 요구했다. 모델 평가, 시스템 평가·위험 완화 대책 마련, 보안 테스트 수행, 심각한 사고 발생시 EU 집행위원회에 보고, 사이버 보안 보장, 에너지 효율성 보고 등을 모두 준수해야한다.
아울러 EU는 적용 분야를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고위험군에서 AI 사용을 금지했다. 고위험 AI 시스템은 건강, 안전, 기본권, 환경,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중대한 해악을 미칠 수 있는 AI 시스템이다. 특히 이번에 EU는 유권자와 선거 부문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반면 EU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소 AI 기업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약속했다. EU 의회는 “중소기업이 기술의 가치 사슬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의 부당한 압력 없이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한다”면서 “EU내 각국 정부가 혁신적인 AI를 개발하고 훈련하기 위해 설립한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와 실제 테스트를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은 선두 주자를 중심으로 EU내 AI 사업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픈AI GPT를 연동해 ‘코파일럿’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미나이’를 출시하며 AI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구글은 자칫 EU 전용 서비스를 별도로 내놓아야 할 수 있다. 추가 개발 비용이 들 수 있는 셈이다.
반면 후발 주자는 한숨 돌렸다는 평가다.
유럽내 AI 기업이 손을 잡은 오픈소스 진영은 환영했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중요한 이슈는 오픈소스 모델에 대한 규제였다”면서 “하지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부가 오픈소스 모델을 포기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프랑스는 간판 스타트업인 미스트랄AI가 첫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내놓는 등 자국산 초거대AI 구축에 매진하는 중이다.
이번 규제는 미국안 보다 강도가 높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올 10월 △ AI 학습 전 연방정부에 사전 보고 △ 클라우드 업체의 AI 고객사 연락처 등 정보 보고 △ AI 콘텐츠에 대한 워터마크 지침 마련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한편 기술면에서 미국보다는 뒤쳐져 있지만 EU보다는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은 성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AI산업 육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법률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AI 기본법(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은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후 표류 중이다. 영국 ‘AI 안전성 정상회의’의 후속 하나로, 내년 5월 열릴 미니 정상회의 공동 개최국인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콘텐츠 업계는 당장 정당한 지적재산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AI 업계는 성장 동력 상실을 염려하고 있다. 적정 보상이 최대 관건이다.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EU의 AI 규제는 포괄적 규제로, 다양한 분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생성형 AI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서 “한국은 기업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AI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도출해 개선해나가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홍성 지능정보산업협회장은 “항상 규제와 산업 진흥을 같이 봐야 할 것 같다”며 “고위험 영역에 대한 규제는 고려해야 하지만, 한국은 산업 진흥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AI산업 진흥법안도 조속한 통과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딸기·새우·랍스터 실컷 드세요” 반값 판매 봇물…소비자들은 ‘시큰둥’ 왜? - 매일경제
- 한국은 부자들이 떠나는 나라 ‘7위’…전세계 톱10 국가는? - 매일경제
- 이재용이 국물 더 달라던 어묵집…“사진 한장으로 10억 홍보효과” - 매일경제
- 소중한 나, 얼어죽으면 안 돼…‘얼죽숏’에서 ‘얼죽롱’으로 갈아타기? - 매일경제
- 설마했는데, 별풍선 받아 300억 벌었다…올해 최고수익 BJ, 비결은 ‘이것’ - 매일경제
- “결혼말고 이혼하니 더 잘 산다”…요즘 CEO들 고민한다는 ‘이것’ - 매일경제
- “기후위기론은 선전·선동, 실존적 위협 아냐”…세계적 석학 입 열었다 - 매일경제
- “클로즈런 뛰면 백화점 초밥이 반값”…유통가 ‘마감할인’ 인기몰이 - 매일경제
- [단독] 동원 "HMM 매각조건 변경땐 법적대응" - 매일경제
- 오타니의 선택은 다저스...10년 7억 달러 계약 합의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