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본 시연 영상…구글 AI ‘제미나이’ 논란
전문가들 “실시간 종합 추론하는 핵심 기능을 눈속임한 것”
바드 공개 때 이어 벌써 두 번째…챗GPT 성공 의식 ‘무리수’
구글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Gemini) 성능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시연 영상이 애초 소개와 달리 편집한 것으로 드러났고, 답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구글이 AI 성능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두 번째로, 챗GPT 성공을 의식해 무리한 시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방송 등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6일 제미나이를 출시하고 “가장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이라 소개하며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6분짜리 영상에선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챗봇이 이용자와 실시간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림과 음성,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사람이 종이에 펜으로 오리를 그리자 제미나이가 ‘새’임을 인식하고, 오리 옆에 물결 표시를 그리자 ‘오리’라고 답했다. 또 사람이 총알을 피하는 모습을 흉내 내자 “영화 <매트릭스>의 유명한 장면”이라고 즉각 답했다.
영상에서는 제미나이가 질문에 바로 완벽한 답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조작 논란이 일었다. 블룸버그는 지난 7일 익명의 구글 직원들을 취재해 “확실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영상에 넣는 것은 대중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일자 구글은 다음날 “시연은 실시간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준비된 이미지와 텍스트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또 “멀티모달 기능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전에 편집된 영상이라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국내 한 개발자는 “영상은 멀티모달 기능으로 복잡한 단계 없이 실시간으로 종합적인 추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구글이 눈속임을 한 것”이라며 “연말 출시설이 돌았던 GPT4.5를 의식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연 영상에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울트라’ 버전이 쓰였는데, 내부 안전성 테스트가 끝나기 전에 공개됐다. 제미나이는 규모에 따라 울트라와 프로, 나노 등 3개 모델을 준비 중이다. 범용적 버전인 제미나이 프로는 구글의 AI 챗봇 서비스인 ‘바드’에 지난 7일 탑재됐다.
제미나이 프로가 탑재된 AI 챗봇 바드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바드는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누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는지 묻자 버벅거리고, 논란에 대해선 답변을 피하며 “구글 검색을 하라”고 했다.
상세한 답변을 하는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 일론 머스크의 그록 등 경쟁 챗봇과 대조적이다. CNBC방송은 올해 초 구글이 챗GPT 대항마인 바드를 공개할 당시 시연에서 오답을 제공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번 영상도 이를 연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AI연구센터장은 “챗GPT 기술을 따라잡을 만한 곳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고, 구글이 무리수를 둔 것에 대해선 내부 관료화 등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다”며 “LLM 개발은 데이터 등 자원이 한정돼 투입을 늘린다 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기 힘들어 다른 방법을 시도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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