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용접·용단 화재…처벌 규정 형평성 논란
노동부, 소방서 사업장 화재 보고해도 “조사 여력 없다” 방치
매년 1천여건 중 대부분 미처벌…전문가 “조사 주체 일원화”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원인이었던 용접·용단과 관련해 피해 발생 시 처벌 규정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원화된 처벌 규정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은 ‘과태료’ 처분을 받지만, 2인 이상 사업장은 인명피해가 없으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16개 소방본부(세종 제외)의 최근 5년(2018~2022년)간 용접·용단으로 인한 화재에 대한 과태료 부과 건수는 505건, 고용노동부 통보 건수는 1145건이다. 소방당국은 화재예방법에 따라 불꽃을 사용하는 용접·용단기구 사용 사업장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이 법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받는 2인 이상 사업장엔 적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안법에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사업자에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 규정이 별도로 있어서다.
산안법이 과태료가 아닌 징역형이나 벌금형으로 처분하는 것은 사업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 법에서 정한 대로 소방당국은 산안법 적용을 받는 2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노동부에 통보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부가 2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별다른 조사나 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소방당국에서 통보한 화재 발생 현황과 처벌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1년에 일어나는 산업재해만 10만건이 넘는다. 단순 화재사건을 조사할 여력이 없다”며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고소·고발이 있지 않으면 재해 원인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처분도 없다”고 말했다.
별다른 처분이 없다 보니 2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화재 발생 통보도 전국 소방본부별로 제각각이다. 5년간 경기(434건)·서울(206건)·대구(154건)는 노동부 통보 건수가 많았지만, 인천·충남·전남·강원 등은 단 1건도 통보되지 않았다. 제주와 충북은 단 2건만 통보됐다.
한 소방본부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통보해야 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어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방본부 관계자는 “영세한 자영업자가 실수로 불을 내면 과태료를 처분받는데 사업장은 오히려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용접·용단 화재 사고는 매년 줄지 않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발생한 용접·용단 화재는 총 5744건으로 매년 1000~1200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재산피해는 1431억원, 인명피해는 421명에 달한다.
용접·용단으로 인한 화재는 2020년 4월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38명 사망·12명 중경상)와 2014년 5월 경기 고양터미널 화재(8명 사망·110명 중경상) 등이 대표적이다. 류득곤 경북 포항남부소방서장은 “법적 형평성을 고려해 2인 이상 사업장도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개선되고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동부 인력으로 전국 화재 현장 점검 및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불이 나면 소방에서 화재 원인을 분석하는 만큼 안전수칙 위반으로 발생한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는 소방이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