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앱으로 진료 예약 못하면 치료 못 받아요” 예약도 ‘구독’ 하는 시대왔다

허시언 기자 2023. 12. 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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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도 스마트폰 앱으로 예약
이용자는 장시간 대기에서 벗어나
비이용자는 대기 시간 길어져 불만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여러분은 ‘예약 전쟁’을 치러본 적 있나요? 라노는 몇 번 있어요. 유명한 미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 좀 더 쾌적하고 순조로운 여행을 가려고, 맛집에 대기 없이 들어가고 싶어서 종종 치열하게 예약 전쟁을 벌이곤 합니다. 그런데 라노는 요즘 병원도 치열하게 예약 전쟁을 치러야만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 병원은 안 가도 그만인 곳도 아니고, 대기자가 아무리 많아도 가야 하는 곳이잖아요. 누구나 다 갈 수 있어야 하고요. 예약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장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예약 없이도 진료해주는 병원을 찾아 헤매는 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강남의 한 소아과 대기명단. 연합뉴스


“아이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소아과에 가야 했어요. 소아과에 접수 마감이 됐냐고 전화해 봤더니 ‘아직 마감이 안됐으니 ’똑닥‘ 앱을 통해서 예약하고 와달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똑닥은 유료로 결제해서 써야 하는 앱이라 고민하다가 결국 결제를 했죠. 그런데 접수를 하려고 했더니 바로 마감이 됐어요. 허무하기도 하고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요.” 얼마 전 ‘소아과 예약 전쟁’을 치렀던 30대 A 씨는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진료 예약에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진료 마감 시간이 아닌데도 똑닥 접수가 마감됐다며 더 이상 진료를 받지 않기도 해 애를 먹었죠.

이처럼 병원 진료 예약에 사용되는 똑닥은 앱을 통해 거주지 근처의 병원을 검색해 예약할 수 있으며 대기 손님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똑닥은 2017년 출시해 최근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고, 가맹 병원 수가 1만 여 곳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무료로 운영하던 똑닥은 지난 9월 한 달 1000원의 이용료를 받는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병원 접수도 스마트폰 앱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 환자와 보호자는 장시간 대기로부터 벗어났지만, 앱의 존재를 모르거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얼마 전 이비인후과를 찾은 20대 B 씨도 똑닥으로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2시간가량 대기했어요. 저는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라 똑닥이라는 앱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많이들 쓰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병원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똑닥으로 예약한 사람들은 저보다 늦게 왔는데도 바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똑닥으로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한 환자 몇몇만 병원 대기실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진료를 기다렸죠.” B 씨는 앞으로 똑닥을 통해 진료 예약을 받는 병원은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 씨와 B 씨는 똑닥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료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대기실에 환자가 1명밖에 없는데 마감됐다고 안내하는 걸 봤어요. 병원이 오후 6시30분에 문을 닫는데, 오후 4시30분에 접수하러 들어왔다가 그냥 돌아간 할아버지도 있었고, 혼자 왔다 되돌아 간 중학생도 봤어요.” A 씨는 방문 접수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미 똑닥으로 예약한 인원이 많다 보니 생긴 일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현장접수를 할 수 있었는데 다음으로 들어온 할머니는 대기 인원이 많다고 접수를 받지 않아 그냥 돌아가야 했어요. 저도 똑닥이라는 앱을 몰라 무한 기다림을 견뎌야 했지만요.” B 씨는 아이나 노인 등 병원에 자주 올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진료를 위해 부득이하게 앱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 가장 문제라고 인식했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된 바 있습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똑닥은 예약 편리성을 내세우지만 사전 문진 정보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서민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은 갑질이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놀이공원의 프리미엄 패스처럼 돈을 많이 내면 진료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민관 협력 체계를 방치하지 말고 국가가 이런 서비스를 끌어안는 방식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앱을 통하지 않으면 예약 접수가 안되는 문제는 현행 의료법 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부작용을 막겠다”며 “병원 예약 서비스 공공 앱 개설과 함께 민간 앱 규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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